스마트워치와 무선 이어폰으로 대표되던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AI 기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단순히 걸음 수와 심박수를 기록하던 수동적 장치에서 벗어나, 신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능동적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애플, 메타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이 신체의 다양한 감각 기관에 AI 기능을 통합하는 폼팩터 실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플은 소형 적외선 카메라를 내장한 차세대 에어팟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이르면 2026년 말 또는 2027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며, 착용자가 주변 사물이나 텍스트를 바라볼 때 카메라가 이를 인식해 AI 칩셋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지 않고도 음성으로 주변 사물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웨어러블 라인업이 화면 없이 음성과 시선만으로 구동되는 핀·목걸이형 단말기 형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타는 스마트 안경에 이어 손목 밴드에서 미세한 근육 움직임과 신경 신호를 포착하는 EMG(근전도)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스마트 안경 화면이나 가상현실 인터페이스를 제어하는 것이 목표다.

웨어러블 기기의 영역은 이어버드와 손목 밴드를 넘어 신체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뇌파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헤드셋이 사용자의 집중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용도로 개발되고 있으며, 외골격 로봇 슈트는 산업용·의료용을 벗어나 일반 소비자 대상 아웃도어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초경량 외골격 슈트는 배낭처럼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돼 등산이나 장거리 보행 시 AI가 걸음걸이와 경사도를 분석해 관절 부담을 줄여준다. 스마트 링이 수면 단계를 감지해 조명과 냉난방 기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등 웨어러블과 스마트홈의 연동도 구체화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의 보조 장치 수준을 넘어 독자적인 AI 인터페이스로 자리잡는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과 귀, 손목, 온몸에 AI를 밀착시키는 방향으로 하드웨어 폼팩터가 다각화되는 흐름 속에서, 사용자가 일상에서 AI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질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