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귀(recursion)’라는 단어가 AI 업계의 최신 유행어가 됐다. 이미 두 개의 스타트업이 이 개념을 회사 이름에 담았고, 더 많은 기업이 재귀적 자기개선(RSI)을 로드맵에 언급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AGI가 그랬듯, RSI는 파국적 수준의 AI 도약을 가리키는 세 글자 약어가 됐다. 다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가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RSI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가리킨다. AI가 인간보다 업그레이드 주기를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이 과정은 닫힌 순환 고리가 되고, 한계는 오직 확보 가능한 연산 능력뿐이며 인간은 더 이상 필요하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게 된다는 구상이다. 무섭든 아니든, 많은 AI 연구소가 이 비전을 쫓고 있다. 이달 초 한 저명한 연구자는 RSI를 명시적 목표로 내건 회사를 세우며 진정으로 재귀적이고 자기개선하는 초지능을 대규모로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밝혔다.

테슬라와 오픈AI를 거친 전설적 인물 안드레이 카르파시는 에이전트 군집을 활용해 LLM을 단순 작업으로 훈련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코히어와 구글 출신 연구자가 세운 곳이나 또 다른 창업자의 자가 훈련 머신러닝 에이전트도 비슷한 관심을 받고 있다. 한 창업자는 무한한 연산과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이미 그 지점에 도달해 있으며, 이것은 창의적 도전이라기보다 그저 많은 양의 평범한 엔지니어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업계가 의미 있는 수준의 재귀 시스템에 전혀 가깝지 않다는 증거도 많다. 구글 최고경영자조차 RSI는 사람들이 묘사하는 방식대로라면 가속의 다음 단계를 의미하고 큰 파급을 낳겠지만 아직 그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한 보안·신흥기술 연구기관의 전문가는 AI 도구로 AI 연구를 하는 것만으로는 RSI라 할 수 없으며, 고전적 정의의 핵심은 인간이 전혀 필요 없다는 데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또 다른 분석가는 AI가 스스로 일부 연구를 해내는 적정 수준에 매우 가까우며, 그 문턱이 이미 지나갔다 해도 놀랍지 않고 앞으로 몇 년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AI 연구·산업계에도 이 논쟁은 중요한 신호다. RSI가 마케팅 구호로 소비되기 시작하면, 실제 기술 성숙도와 무관하게 과장된 기대와 불안이 함께 부풀려질 위험이 있다. 국내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는 ‘자기개선’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어떤 시스템이 인간 감독 없이 어디까지 자율적으로 연구·개선을 수행하는지 구체적 기준으로 따져 평가해야 한다. 모호한 약어에 휩쓸리기보다 검증 가능한 능력과 안전 통제 장치를 중심으로 논의를 끌고 가는 것이 한국 생태계의 건강한 대응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