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이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장치의 핵심 소재인 리튬을 더 친환경적이고 저렴하게 뽑아내는 새 추출 기술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한 대학 교수는 ‘규모를 키우면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리튬 조달 방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리튬 공급 비용이 배터리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주목되는 성과다.
현재 가장 경제적인 리튬 확보 방식은 염수에서 뽑는 것이지만, 지리적 제약이 크고 거대한 증발 연못 부지가 필요하다. 더 흔한 방식인 경암 채굴은 광석을 폭파해 고온에서 굽고 위험한 화학물질로 처리한다. 새 방식은 약산을 써서 평소 반응하지 않는 규산염 광물을 녹이는데, 이 과정에서 리튬뿐 아니라 알루미나·실리카 같은 유용한 물질도 함께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술의 출발이 전혀 다른 연구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더 단단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반응성 높은 실리카를 찾던 중이었다. 위험한 불산 대신 무엇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하던 교수는, 25년 전 욕실을 개조하며 썼던 유리 식각 크림을 떠올렸다. 그 크림의 성분인 약산 ‘플루오린화암모늄’이 불산을 만들어내지 않고도 규산염을 효과적으로 녹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리튬 광물 ‘스포듀민’이 첫 적용 대상이 됐다. 기존 공정은 광석을 초고온 가마에서 구워야 하지만, 새 방식은 단순한 플라스틱 교반 탱크에서 약 95도 정도의 온도로 처리한다. 가마를 거치지 않아 에너지 비용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철분이 많아 기존 방식으로는 처리가 어려운 광석도 쓸 수 있게 된다. 추출 시간도 초기 며칠에서 12시간 이내로 단축됐다.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확산으로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리튬을 더 싸고 깨끗하게 확보하는 기술은 공급망 안정의 핵심 변수다. 배터리·소재 산업이 발달한 한국으로서도, 채굴·정제 공정의 혁신은 원가 경쟁력과 친환경 규제 대응 양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