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력이 장기간 저렴한 범용 자원이 아닌 가장 가치 있는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구글(Google)·아마존(Amazon)·메타(Meta) 등 빅테크뿐 아니라 포드(Ford)와 같은 자동차 기업까지 에너지 사업에 직접 발을 들이고 있으며, 에너지 공급 기업들의 주가와 수주 잔고도 함께 치솟고 있다.
에너지 전문 기업들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블룸 에너지(Bloom Energy)의 주가는 최근 1년간 1,200% 이상 급등했고, GE 버노바(GE Vernova)도 올해에만 약 60% 오른 상태다. GE 버노바는 2026년 1분기에만 24억 달러 규모의 주문을 소화했는데, 이는 전년도 연간 판매량을 웃도는 수치다. 포드는 2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저장 전문 자회사를 신설해 직접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결과다.

그러나 시장의 과열 기류에는 위험 신호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2026년 1분기에는 기록적인 수준의 데이터센터 사업이 취소됐으며, 취소된 프로젝트 규모만 4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취소 배경에는 높은 건설 비용뿐 아니라 물 사용량, 대기 오염, 소음 문제로 촉발된 지역사회의 반발이 있다. 인프라 투자 전문 기업 클로버리프 인프라스트럭처(Cloverleaf Infrastructure)의 공동창립자 브라이언 자누스(Brian Janous)는 “이 분야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전력 수요를 둘러싼 산업 구조 재편은 단기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읽힌다.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직접 발전소를 짓거나 전력 공급 계약을 선점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시장에서 AI 업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가 AI 경쟁력과 직결되면서 기술 기업과 전통 에너지 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