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 전력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것은 에어컨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라는 지적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로 떠오른 것이다. 유엔대학이 2026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448조Wh로, 이는 프랑스와 맞먹어 ‘세계 11위 전력소비국’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의 상황은 특히 가파르다.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보고서는 미국 전체 전력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4.4%에서 2028년 6.7~12%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 소비만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센터 운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약 1억8900만t 배출되는데 이는 아르헨티나의 1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며, 냉각을 위해 쓰는 물은 4조5000억L에 달한다. AI 확산이 에너지·환경 부담으로 직결되는 셈이다.

전기요금 부담도 현실화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분석에 따르면 미국 서부 메릴랜드와 오하이오 일부 지역의 주택용 요금은 월 16~18달러 올랐고, 전력시장 감시기관은 이 상승분의 63%가 데이터센터 요인이라고 추정했다. AI 인프라 확충이 일반 소비자의 요금까지 밀어 올리는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국내에서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경기 안양·김포·용인 등에서는 데이터센터 관련 소음과 집값 우려로 주민 반대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전남 해남과 경북 포항·구미 등 비수도권이 새로운 입지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10MW 이상 시설에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적용하고, 비수도권에 들어설 경우 전력망 연결 비용을 감면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AI 성장의 이면에서 데이터센터의 전력·입지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