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력·유틸리티 기업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가 5월 18일 버지니아주 기반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를 670억 달러(약 67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전액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거래는 미국 에너지 업계에서 1998년 엑손(Exxon)의 모빌(Mobil) 합병 이후 최대 규모로, 양사 합산 기업가치는 약 4,200억 달러에 달한다. 완료 시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유틸리티 기업이 탄생하며, 엑손모빌·셰브런에 이어 미국 에너지 3위권 회사가 된다.
이번 인수의 직접적인 동력은 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 수요 급증이다. 넥스트에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존 케첨(John Ketchum)은 애널리스트 콜에서 “우리나라는 변곡점에 서 있다. 전력 수요가 수십 년 만에 볼 수 없었던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거의 모든 지역이 당장 전력 솔루션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합산 건설 잔고는 130기가와트(GW)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전체 가구(약 1억5,000만 가구)의 3분의 2인 1억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도미니언 주가는 거래 발표일 9% 올랐지만, 넥스트에라 주가는 도미니언 시가총액(5월 15일 기준 543억 달러) 대비 23%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데 따른 고평가 우려로 약 5% 하락했다.

합병 법인은 플로리다주 주노비치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이중 본사를 두며 약 1,000만 고객 계정을 보유하게 된다. 케첨은 계속 회장 겸 CEO를 맡고, 도미니언 CEO 로버트 블루(Robert Blue)는 규제 유틸리티 부문 CEO로 합류한다. 이사회는 12명에서 14명으로 늘어나며 블루를 포함한 도미니언 측 인사 4명이 신규 합류한다. 넥스트에라 주주들은 합병 법인 지분 약 74.5%를 확보하고, 거래 완료는 2027년으로 예상된다.
케첨이 제시하는 성장 전략의 핵심은 규모와 비용 경쟁력이다. 넥스트에라는 현재 미국 전역 44개 주에서 전력을 생산하며, 도미니언은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밸리’로 불리는 버지니아주와 급성장 중인 캐롤라이나주에 대형 규제 유틸리티를 운영한다. 합병 법인은 연간 590억 달러의 자본지출 예산을 바탕으로 태양광·배터리·가스·핵에너지를 아우르는 전원 믹스를 데이터센터 운영사(하이퍼스케일러)에게 원스톱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넥스트에라는 이미 미국 전역 30곳 이상의 데이터센터 캠퍼스 후보지를 개발 중이며, 연내 40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5,500억 달러 무역협정의 일환으로 텍사스·펜실베이니아에 약 10GW 규모 데이터센터 허브 전력 공급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이번 합병은 AI 붐으로 급등한 유틸리티 주가를 배경으로 한 고위험·고수익 베팅이라는 시장의 시각도 공존한다. 케첨은 “우리는 건설하는 회사”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하이퍼스케일러가 요구하는 전력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도미니언은 버지니아 앞바다 해상풍력 프로젝트(코스탈 버지니아 오프쇼어 윈드)도 완공 단계에 있어, 합병 이후 재생에너지 공급 능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