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이 2022년 공급망 제약에 대응해 공장 시험 일부를 고객 현장으로 넘기는 ‘빠른 출하(fast shipment)’를 확대했고, 이에 따라 31억유로 규모의 매출 인식이 2023년으로 이연됐다. 이 수치는 장비 납기가 두 배 늘었다는 뜻이 아니라, 2022년에 출하했지만 고객 현장의 최종 시험과 공식 인수가 끝나지 않아 그해 매출로 잡지 못한 장비 금액이다. ASML은 2023년 1월 25일 연간 실적 발표에서 이 규모를 확정했다.
대응의 출발점은 2022년 2분기였다. ASML은 당시 공급망 제약이 장비 생산 시작을 늦추고 있다며 빠른 출하에 따른 이연 매출 예상치를 약 10억유로에서 28억유로로 높였다. 같은 분기 순매출은 54억3100만유로, 신규 수주는 84억6100만유로였고, 신규 노광장비 83대와 중고 장비 8대를 판매했다. 피터 베닝크 당시 최고경영자는 자동차·고성능 컴퓨팅·에너지 전환이 시스템 수요를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출하는 일반적인 납기 단축과 구분해야 한다. ASML은 벨트호벤 공장에서 진행하는 시험 일부를 생략해 장비를 먼저 보내고, 고객 팹에서 최종 시험과 공식 인수를 진행했다. 고객은 웨이퍼 생산능력에 더 일찍 접근할 수 있지만 ASML은 인수가 끝날 때까지 해당 매출을 인식하지 않는다. 2022년 말 빠른 출하 관련 이연액은 31억유로로 집계됐고, 같은 해 순매출은 211억7300만유로, 신규 장비 판매는 317대, 중고 장비 판매는 28대를 기록했다.

수요와 공급의 간극은 연말 수주잔고에서도 드러났다. ASML이 공개한 2022년 말 수주잔고는 404억유로로 역대 최대였다. 다만 수주잔고는 취소 가능성이 있는 주문과 향후 인도분을 포함한 계약 잔액이며, 고객별 실제 대기기간을 직접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ASML의 공식 발표에는 모든 주요 장비사의 표준 납기가 6개월에서 8~12개월로 늘었다거나 ‘납기 2배’가 됐다는 공통 수치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확인되는 핵심은 특정 기간의 납기 배수보다 ASML이 공급망 제약 아래 출하와 매출 인식 절차를 바꿨다는 점이다. 회사는 부품 조달과 협력사 생산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고객 현장 시험으로 병목을 분산했다. 장비를 고객에게 먼저 보내는 방식은 생산능력 확보 시점을 앞당길 수 있지만, 고객 현장의 시험·인수 완료 여부와 수주잔고의 실제 인도 전환 속도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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