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또 한 명의 핵심 연구자를 경쟁사에 빼앗겼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하고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AlphaFold) 개발을 이끈 존 점퍼(John Jumper)가 약 9년간의 재직을 마치고 앤트로픽(Anthropic)에 합류했다. 점퍼는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와 함께 알파폴드로 노벨상을 받은 인물로, 단백질 접힘 문제 해결이라는 수십 년간의 난제를 딥러닝 기반 모델 하나로 돌파한 주역이다.
점퍼의 이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 시점 때문이다. 바로 며칠 전, 제미나이(Gemini) 공동 개발자이자 트랜스포머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의 공저자인 노엄 샤지어(Noam Shazeer)가 구글을 떠나 오픈AI(OpenAI)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불과 수 주 사이에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구글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자 두 명을 각각 영입한 셈이다. 여기에 알파고(AlphaGo)와 알파제로(AlphaZero)의 핵심 연구자인 데이비드 실버(David Silver)도 이미 딥마인드를 떠나 세계 모델과 강화학습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상태다. 이는 단발성 인사 이동이 아닌 구조적 인재 유출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연쇄 인재 유출에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딥마인드는 원래 런던 기반의 독립 AI 연구소로 2014년 구글에 인수됐다. 인수 이후 구글 내 사업 목표와 연구 문화 사이의 마찰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기초 연구자들에게 구글이라는 대기업의 제품 우선주의는 때때로 창의적 연구의 걸림돌로 인식된다. 반면 앤트로픽과 오픈AI는 현 시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연구 자율성과 최첨단 모델 개발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앤트로픽은 AI 안전 연구를 전면에 내세우는 기업 문화로 일부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낙관론과 비판론이 맞서는 지점도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여전히 거대한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구글 검색·유튜브·안드로이드 생태계와의 통합이라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알파폴드 자체는 이미 널리 배포돼 전 세계 과학자들이 활용하고 있으며, 알파폴드3를 비롯한 연구 파이프라인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비판론에서는 딥마인드가 내부 연구자들에게 ‘인류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해 핵심 연구자들이 잇달아 떠난다는 사실은 이 정체성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한국 AI 생태계 관점에서도 이 흐름은 의미 있는 교훈을 준다. 국내 AI 연구 인재들이 대기업 울타리 안에서 역량을 발휘하면서도 글로벌 최전선 연구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가 지속적인 고민이다. 딥마인드 사례는 ‘컴퓨팅 자원’이나 ‘브랜드 명성’만으로는 최고급 연구자를 붙잡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자율성과 적절한 인센티브,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AI 패권 경쟁이 ‘어느 조직이 가장 뛰어난 인재를 끌어당기느냐’의 싸움으로 전환되고 있는 지금, 딥마인드가 보여주는 균열이 어떤 방향으로 봉합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