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세계 최대 규모의 감시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단순 영상 기록 중심의 기존 체계를 넘어,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고 잠재적 사회 불안을 실시간 예측하는 ‘예측 치안(predictive policing)’ 체계 구축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12건 이상의 조달 문서와 업계 관계자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중국 지방정부들이 AI 기반 차세대 감시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공공 감시 체계를 운영하는 국가 중 하나다. 다만 기존 시스템은 노후 하드웨어와 파편화된 소프트웨어, 제한적인 AI 기능 탓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에 최신 AI 감시 카메라와 소프트웨어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시스템은 영상 속 장면을 자동 해석하고 행동 패턴을 식별하며, 텍스트 명령만으로 특정 영상을 검색할 수 있다.

감시 장비 업체 하이크비전과 화웨이는 컴퓨터 비전과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결합한 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이들 시스템은 강력한 AI 칩을 탑재해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보내지 않고 카메라 자체에서 실시간 분석한다. 이상 운전, 군중 밀집, 무단 침입 같은 위험 행동을 자동 탐지해 경고를 발령할 수 있고, ‘빨간 모자를 쓴 여성’처럼 텍스트 명령만으로 관련 영상을 찾아내는 기능도 갖췄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이미 실제 도입에 나섰다. 쓰촨성의 한 지역은 90만 위안(약 1억 9000만 원)을 들여 이상 행동 감지 기능을 갖춘 고해상도 AI 카메라 175대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감시망 업그레이드는 최근 늘어난 거리 폭력 사건, 경기 둔화와 봉쇄 이후 심화한 정신건강 위기 등 사회 불안 요소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24년부터 경찰 장비 현대화와 예측 치안 전환을 공식 추진하기 시작했다.
인권 단체들은 생성 AI와 컴퓨터 비전 기술 발전이 정부에 전례 없는 대규모 행동 감시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 인권 연구원은 중국 감시 시스템의 철학 자체가 점점 더 포괄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술이 치안·통제 영역에 결합되면서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AI의 공공 감시 활용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점점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