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을 많이 먹는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AI 업계가 전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방식을 짜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변전소 바로 옆에 소형 데이터센터를 여러 개 짓고, 전력 사정에 따라 연산 작업을 이리저리 옮기는 분산형 구조다. 엔비디아와 협력사들이 올해 안에 착수할 시범 사업의 핵심 발상이다.
계획에 따르면 미국 5개 전력사 권역에 걸쳐 각 5~20메가와트(㎿) 규모의 소형 데이터센터 약 25곳을 짓는다. 한 변전소가 전력 수요로 과부하에 걸리거나 정전이 나면, 연산을 여유가 있는 다른 변전소 인근 데이터센터로 옮긴다. 데이터센터 건설사 인프라파트너스, 부동산 서비스 기업 프로로지스, 비영리 전력연구소(EPRI)가 함께 참여한다.
이 방식은 데이터센터를 전력 가용성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하게 해준다. 동시에, 점점 귀해지는 전력을 작은 단위로라도 빠르게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개별 변전소에 평균 5㎿, 최대 20㎿가량의 미사용 전력이 남아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대형 데이터센터 하나를 통째로 돌리기엔 작지만, 분산해 묶으면 쓸 만하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수백 ㎿급 대형 데이터센터를 한곳에 지으려다 전력망 증설이 수년씩 걸리는 일이 잦았다. 반면 변전소마다 남는 소규모 전력을 끌어모으는 방식은 신규 송전 설비 없이도 비교적 빠르게 가동할 수 있다. AI 학습·추론 작업을 전력이 남는 곳으로 실시간 이동시킨다는 발상은, 데이터센터를 고정 설비가 아니라 전력망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부하로 다시 보게 만든다.
AI 연산 수요가 전력망의 물리적 한계와 부딪히는 국면에서, 전력을 좇아 연산을 분산하는 발상은 인프라 설계의 새 방향을 제시한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만큼, 거대 단일 시설에 의존하기보다 분산 배치와 부하 이동으로 전력 제약을 우회하는 전략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