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가 AI(인공지능) 인프라의 핵심 병목으로 꼽히는 데이터 전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3월 초부터 약 3개월간 광학(포토닉스) 기술 기업들에 최소 65억 달러(약 9조 8000억 원)를 쏟아부었다. 엔비디아는 광통신 장비업체 루멘텀(Lumentum)·코히런트(Coherent), 반도체 기업 마벨(Marvell)에 합산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소재·특수유리 전문기업 코닝(Corning)에 5억 달러, 광학 스타트업 아야르 랩스(Ayar Labs)의 5억 달러 규모 시리즈E 라운드에도 참여했다. 엔비디아의 이 같은 행보는 AI 모델 추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 전기·구리 배선 방식이 속도와 전력 소비 면에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광학 기술은 구리선을 흐르는 전기 신호 대신 빛(광신호)을 활용해 GPU(그래픽처리장치), 메모리, 네트워크 칩, 서버, 데이터센터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전기 신호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전송 속도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앨빈 응우옌 수석 분석가는 광학 기술이 전기·구리 기반 시스템이 직면할 확장성과 성능 한계를 넘어서면서 엔비디아가 AI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브라이언 콜레로 수석 주식 분석가도 현재는 비용과 신뢰성 면에서 구리가 주요 연결 표준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AI 인프라가 커질수록 광학 기술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집중 투자가 알려지자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루멘텀은 올해 들어 134% 올랐고, 마벨은 122%, 코닝은 111%, 코히런트는 96% 상승했다. 엔비디아에 그치지 않고 AMD, 알파벳(Alphabet),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광학 기술 투자에 잇달아 나서고 있어 산업 전반의 전환 흐름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다만 투자가 대규모 상용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생산 규모 확대라는 과제가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퓨투럼 그룹(Futurum Group)의 닉 페이션스 AI 책임자는 기술 완성도 자체는 높지만 양산 체계 구축이 더 어려운 문제라고 짚으면서, 광학 기술로의 본격적인 전환은 2028년 이후에야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