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와 에실로룩소티카가 5월 25일부터 국내에서 ‘AI 스마트글라스’ 판매를 개시했다. 레이밴 메타(Ray-Ban Meta)와 오클리 메타(Oakley Meta) 두 라인업으로, 권장 소비자가는 각각 69만 원부터 시작한다. 레이밴 메타는 웨이페어러·스카일러·헤드라이너 3가지 스타일로 구성됐고,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와 오픈이어(open-ear) 오디오를 탑재했다. “헤이 메타” 음성 명령 하나로 촬영과 녹화가 가능하다. 오클리 메타는 스포츠형 ‘뱅가드’와 라이프스타일형 ‘HSTN’ 두 종으로 출시됐으며, 프리즘 렌즈 기술과 IP67 방수·방진 등급을 갖췄다. 메타는 블랙핑크 제니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내세워 국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5월 19일 ‘구글 I/O 2026’ 무대에서 안드로이드 XR(Android XR) 기반 AI 글라스 2종을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워비파커(Warby Parker)와의 협업을 발표한 이후 실제 디자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제품 모두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 않고, 카메라·마이크·스피커를 통해 AI 기능을 구현하는 구조다. 역할 분담도 명확하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설계와 갤럭시 연동을 맡고, 구글은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와 제미나이(Gemini) 기반 AI 서비스를 담당한다. 젠틀몬스터는 실험적 디자인을, 워비파커는 일상형 클래식 디자인을 각각 책임진다. 국내외 아이웨어 브랜드를 파트너로 삼은 것은 안경이라는 품목 특성상 착용감과 디자인이 초기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I 스마트글라스 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경쟁을 부추기는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AI 글라스 출하량은 870만 대로 전년 대비 322% 급증했으며, 메타가 85.2%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했다. 옴디아는 2026년 출하량이 1500만 대를 돌파하고 2030년에는 3500만 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랜드뷰리서치는 2030년 세계 스마트글라스 시장 규모를 82억 6000만 달러로 예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2027년부터 시장이 메타·안드로이드 XR·애플이 주도하는 3파전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의 경우 카메라·마이크·스피커에 시리(Siri)를 연동한 일상형 웨어러블을 개발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출시 시점과 세부 사양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시장 잠재력은 명확하지만 상용화를 가로막는 과제도 여전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스마트글라스를 ‘시선 중심 컴퓨팅’으로 규정하며, 사용자가 바라보는 대상과 공간 자체가 데이터가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기에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장되는 만큼 주변인에 대한 무단 촬영 우려가 상시 존재한다. 메타는 촬영 시 LED 표시등이 자동으로 점등되도록 설계했지만, 회의실·카페·지하철 같은 공간에서 이 장치가 충분한 고지 수단으로 인정될지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시선 정보·주변 영상·대화 데이터 등 고감도 정보의 처리 방식에 대한 프라이버시 우려도 지속될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AI 글라스는 스마트폰을 없애는 제품이라기보다 스마트폰을 꺼내는 횟수를 줄이는 보조 기기”라며 “AI 성능만으로는 부족하고, 착용감·디자인·배터리·개인정보 보호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해결하느냐가 최종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