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비롯한 수분 매개 곤충은 먹이사슬과 작물 수분에 핵심 역할을 하지만, 이들을 관찰하기는 까다로웠다. 유럽 연구진이 레이더 반사 신호를 AI로 분석해 곤충의 종을 구분하는, 저비용·비파괴 방식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통적으로 수분 매개체를 식별하려면 곤충을 잡아 죽여 가까이 들여다봐야 해 시간이 많이 들었다. 머신러닝으로 곤충을 자동 분류하는 영상 시스템도 시도됐지만, 변화무쌍한 조명, 궂은 날씨, 어수선한 배경 탓에 쓸 만한 이미지를 얻기 어려웠다. 게다가 곤충은 다가가면 날아가 버린다.
연구진은 대신 곤충의 레이더 스캔을 분석했다. 레이더로 곤충을 연구한 역사는 길지만, 기존 연구는 높은 고도를 떼 지어 나는 곤충에 집중했다. 꽃을 찾아 지면 가까이 홀로 나는 수분 매개체와는 달랐다. 단일 곤충의 레이더 반사는 매우 약해 한순간만 봐서는 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신호를 긴 시간에 걸쳐 적분하는 방식으로 이를 포착했다.

약한 반사 신호를 시간 축으로 쌓아 분석하면, 날갯짓 주파수 같은 곤충 고유의 특징이 드러난다.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레이더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류해 종을 구분했다. 곤충을 잡거나 죽이지 않고도, 또 조명·날씨에 구애받지 않고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영상 방식과의 결정적 차이다.
AI와 레이더를 결합한 이 접근은 생태계 모니터링의 비용과 침습성을 동시에 낮춘다는 의미가 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농업에 직결되는 만큼, 수분 매개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은 가치가 크다. 국내 농업·환경 분야에서도 비파괴 AI 모니터링이 정밀 농업과 생태 보전의 도구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