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대만을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지로 유지하기 위해 매년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수요일 대만을 ‘AI 혁명의 진앙’으로 표현하며 이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연간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못박은 점에서 대만에 대한 의존도와 전략적 비중을 동시에 드러냈다.
황 CEO는 “칩이 만들어지고, 패키징이 이뤄지며, 시스템이 제작되고, AI 슈퍼컴퓨터가 탄생하는 곳”이라며 대만의 위상을 강조했다. AI 반도체의 설계부터 제조·조립에 이르는 핵심 공정이 대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부각한 발언이다. 그는 현지 협력사들과의 촘촘한 생태계도 대만의 대체 불가능한 강점으로 꼽았다.

이번 투자 계획은 미국을 AI 허브로 키우려는 정책 기조와는 다른 방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끌어오려는 움직임이 이어져 왔지만,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기간에 대체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엔비디아 스스로 확인한 셈이다. 정책적 의지와 산업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만 집중 투자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직접적 함의를 가진다. AI 가속기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맞물린 가운데, 제조 거점의 지리적 집중은 공급망 안정성과 경쟁 구도 양면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메모리 분야 강자인 한국 기업으로서는 대만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기회이자 위협으로 동시에 다가온다.
AI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생산능력 확보가 산업 전반의 병목으로 떠올랐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어지고 있으나 첨단 공정 증설에는 수년이 걸려, 공급과 수요의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누가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보하느냐가 AI 경쟁의 또 다른 승부처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