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요가 불붙인 메모리 호황 속에서 삼성전자와 SK가 대규모 생산 투자와 AI 인프라 확충을 앞세워 이른바 ‘초격차’ 굳히기에 나섰다. 서울신문이 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영업이익 기준 글로벌 1위에 올랐고, 정부가 주도하는 ‘서남권 메가 프로젝트’에는 총 896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 계획이 담겼다. 미국·중국·일본 경쟁사들이 동시에 추격 속도를 높이면서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국내 두 축의 투자 청사진은 AI 인프라와 맞물려 있다. SK그룹은 메모리 팹 2기를 새로 구축하는 동시에 1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조성을 추진하고,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팹 2기와 함께 국가 AI 컴퓨팅 센터 조성에 나선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광주 군공항 부지를 확정했으며, 투기를 막기 위해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은 앞서 임원들에게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초격차를 강조한 바 있다.

추격에 나선 해외 기업들의 움직임도 구체적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6일(현지시간) 포드와 차량용 반도체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 앞서 GM과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에 약 14조원을 투입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D램 생산기지를 짓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약 5조원 규모 보조금으로 첨단 메모리 공급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키옥시아는 올해 일본 내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한 바 있고, 오타 히로오 대표는 6월 말 주주총회에서 낸드 시장 1위 탈환 의지를 밝혔다. 차세대 낸드인 10세대 비트코스트스케일러블(BiCS) 플래시와 자체 CBA 기술을 적용한 대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AI 서버 시장을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기업들은 후발 주자이지만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창신메모리(CXMT)는 범용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HBM 개발을 추진 중이고, 양쯔메모리(YMTC)는 독자 적층 기술과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여기에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D램 등 ‘HBM 이후’를 겨냥한 기술 투자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짠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실제 생산능력과 AI 인프라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