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사람 글과 쉽게 구분되는 이유가 단순히 ‘엠대시(—) 남발’ 같은 문체 습관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짜는 방식 자체가 지나치게 정형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릴랜드대와 구글 딥마인드(DeepMind) 연구진은 AI가 생성한 단편소설 5만여 편을 분석한 사전 공개(preprint) 논문에서, AI 소설이 복잡한 서사 구조를 다루지 못하고 교훈을 어색하게 늘어놓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탐지 도구 ‘스토리스코프(StoryScope)’는 문장 표현이 아니라 줄거리 전개, 인물 묘사, 배경, 시간 구조 같은 ‘서사적 특징’을 기준으로 사람 글과 AI 글을 가려낸다. 이는 2025년 나온 서사 특징 분류 체계 ‘나라벤치(NarraBench)’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검증을 위해 연구진은 사람이 쓴 단편소설 1만272편을 골라 이를 역으로 창작 지시문(프롬프트)으로 바꾼 뒤, 제미나이 3 플래시·딥시크 V3.2·클로드 소네트 4.6·키미 K2.5·GPT-5.4 등 여러 모델에 다시 입력해 나온 결과물을 비교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AI 소설은 화자가 이야기의 주제를 직접 설명하는 비율이 77%에 달했으나 사람 글은 52%에 그쳤다. 슬픔을 겪는 인물의 서사가 결국 ‘배운 교훈’을 화자가 명시하며 끝나는 식이다. 대화가 철학적 논쟁에 쓰이는 비율(59% 대 34%)이나 다른 작품을 모호하게 암시하는 비율(72% 대 50%)도 AI 쪽이 높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AI가 독자의 추론을 신뢰하기보다 의미를 일일이 명시하는 ‘과잉 결정’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람 글은 인물의 선택을 도덕적으로 모호하게 그리고, 시간 구조도 더 복잡하게 다뤘다.
모델별로 습관이 갈린다는 점도 흥미롭다. 논문에 따르면 클로드(Claude)는 사건이 밋밋하게 전개되고, GPT는 꿈 장면을 지나치게 자주 넣으며, 제미나이(Gemini)는 인물의 외양 묘사에 치우쳤다. 연구진은 AI가 만든 이야기들이 서사 공간의 좁은 영역에 몰려 있는 반면 사람 글은 훨씬 다양하게 흩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문체가 아니라 이야기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방식의 차이가 인간 창작물과 AI 창작물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학습 데이터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안고 있다. 연구진은 사람 소설 표본을 확보하려고 불법 복제 전자책 18만3천여 권을 모은 ‘북스3(Books3)’ 데이터셋을 사용했는데, 이 데이터셋은 여러 저작권 소송의 대상이다. 논문 저자들은 데이터셋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으며 학술 목적에 한정해 썼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메릴랜드대의 제나 러셀 연구원은 이번 작업이 문체 기반 탐지를 넘어 ‘인간의 아이디어와 AI의 아이디어를 구분’하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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