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억만장자 자비에 니엘(Xavier Niel)이 설립한 파리의 스타트업 허브 스테이션F(Station F)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F/ai’ 두 번째 기수를 오는 9월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은 초기 제품 단계의 AI 스타트업이 몇 주 안에 실제 매출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지난 1월 처음 출범했다. 스테이션F는 축구장 몇 개 크기에 달하는 약 5만㎡ 규모의 공동 업무공간이지만, 실제 영향력은 물리적 공간을 훌쩍 넘어선다고 이곳 책임자 록산 바르자(Roxanne Varza)는 밝혔다.
스테이션F는 매년 약 1,000개 기업이 입주하는 가운데 가장 유망한 팀을 뽑는 ‘퓨처40(Future 40)’ 선정 사업을 운영해왔으며, 2024년 선정 기업 대부분이 AI를 핵심 사업으로 삼았을 정도로 AI 스타트업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다. 스테이션F는 2022년부터 이들 퓨처40 기업에 지분 투자까지 병행해왔다. 규모와 니엘의 네트워크에 힘입어 마크롱 대통령의 2017년 첫 방문 이래 대통령급 인사의 방문이 11차례에 달했고, 샘 올트먼(Sam Altman) 등 AI 업계 유명 인사도 다녀갔다.

F/ai 1기에는 AMD, 앤트로픽, AWS, 구글, 허깅페이스(Hugging Face),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미스트랄AI, 오픈AI, 퀄컴 등 주요 기술기업과 다수 벤처캐피털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2기에는 일레븐랩스(Eleven Labs), 네비우스(Nebius), 리플링(Rippling), 오픈라우터(OpenRouter), 허브스팟(HubSpot), 깃허브(GitHub) 등이 새로 합류한다. 바르자는 “유럽에서 창업하려는 AI 스타트업이 주요 기업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1기 참가팀 중 알픽(Alpic)은 딜(Deel)이 주최한 글로벌 피칭 대회에서 우승했고, 리플타이드(Rippletide)는 오픈AI 코덱스 해커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국제적 성과를 냈다. 다만 F/ai가 실제로 초점을 맞추는 지표는 매출이다. 프로그램은 참가 기업이 6개월 안에 약 100만 유로(약 114만 달러) 매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유럽 스타트업의 더딘 상업화 속도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미국 투자자들이 보는 성장 속도에 맞추려는 취지라고 바르자는 말했다. 실제로 1기 20개 기업은 총 3,400만 달러의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 중 80%가 연쇄 창업자 출신이고 3분의 1은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F/ai는 창업자와 파트너, 투자자의 추천을 통해서만 참가팀을 선정하는 폐쇄적 방식을 택하고 있어, 프랑스 기술 생태계 특유의 배타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스테이션F는 튜링상 수상자 얀 르쿤(Yann LeCun) 같은 인물과의 비공개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접근성을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바르자는 “창업자들이 이 정도 수준의 인사와 대화하려면 미국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유럽에 남아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