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투자한 스타트업 온(Ornn)이 33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AI 붐을 떠받치는 컴퓨팅 파워를 원유처럼 거래할 수 있는 시장 구축에 나섰다. 온은 GPU 연산 능력을 원자재로 취급해 선물 계약 형태로 매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AI 인프라 투자를 보다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기존 원자재 시장에서는 항공사가 유류비 변동에 대비해 선물 계약으로 가격을 미리 고정하듯, 기업들이 선물 계약을 통해 원자재 가격 변동 위험을 줄여왔다. 그러나 AI 컴퓨팅에는 이런 표준화된 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그동안 AI 기업들은 장기 사전구매 계약으로 공급과 가격을 확보하는 방식에 의존해 왔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컴퓨팅·전력·데이터센터 구축에 약 7조60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하면서도, 이만한 규모의 지출을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컴퓨팅은 원유와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지닌다. 엔비디아의 신형 칩이 출시될 때마다 가격 대비 성능이 개선되면서 기존 칩의 가치가 변동하고, GPU 용량은 저장이 불가능해 사용하지 않은 컴퓨팅은 그대로 사라진다는 점에서 표준화된 계약과 가격 책정이 까다롭다. 온의 최고기술책임자 웨인 넬름스는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AI 자금 조달을 훨씬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으며,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쿠시 바바리아는 이를 미국이 중국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가 중국 AI 연구소와는 협력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온은 이미 블룸버그 터미널을 비롯한 데이터 제공업체와 연동을 마쳐, 트레이더들이 기존에 쓰던 도구로 GPU 가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대출기관은 온의 데이터를 벤치마크로, 컴퓨팅 구매자와 판매자는 헤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온은 소규모 사업자에 적용되는 규제 특례(de minimis exemption) 아래 운영되고 있으며, 규모가 큰 경쟁사들은 아직 규제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 승인이 나면 CME는 실리콘데이터의 벤치마크에 연동한 컴퓨팅 선물을, 인터콘티넨털거래소(ICE)는 온의 가격지수에 연동한 GPU 컴퓨팅 선물을 각각 출시할 계획이다. 컴퓨팅이 원유처럼 완전히 표준화된 상품으로 거래되기는 어렵겠지만, 7조 달러가 넘는 자금이 걸린 만큼 월가는 이 시장 구축에 계속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