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 분야 석학인 조경현 미국 뉴욕대(NYU) 컴퓨터과학과 교수가 한국 AI가 세계 최전선에 서려면 ‘두려움’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AI 프론티어스 심포지엄 2026’ 패널 토론에서, 빅테크가 앞서간다는 이유로 정면 도전보다 회피 논리를 앞세우는 국내 분위기가 결국 인재 유출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2014년 신경망 기계번역의 핵심 구조인 ‘RNN 인코더-디코더’와 ‘GRU’ 개념을 제안해 자동번역 기술의 판도를 바꾼 인물로 꼽힌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뉴욕대에 설립한 글로벌AI프론티어랩에서 얀 르쿤 교수와 함께 공동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이번 발언은 정부가 최근 피지컬 AI 분야에서 ‘세계 1강’ 도약을 선언한 직후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일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발표하며, 향후 3년을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사람처럼 장기 작업을 계획하는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날 토론에서 조 교수는 오픈AI나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대규모 모델이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때마다, 국내에서는 정면 도전보다 회피 논리가 먼저 나온다고 짚었다. 그는 정책 입안자와 연구자, 투자자, 대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까지 “왜 이걸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변명”이 반복된다고 지적하면서도, 국내 자원의 한계와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연구자들이 스스로 프런티어로 성장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고, 이 두려움이 연구 방향 자체를 제한한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이런 분위기가 젊은 연구자와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에서 연구 야망을 낮춰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생기면 인재가 국내에 남기 어려워지고, 결국 더 큰 문제에 도전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나 뉴욕 등 해외 연구 거점으로 향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만나는 학생 대다수가 이 같은 이유로 해외 이주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나 기업이 특정 기술 과제를 외부에서 정해주는 방식으로는 세계적 연구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며, 실제 문제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연구자인 만큼 연구자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실패 가능성이 큰 난제에도 장기적으로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한국 AI 인재 경쟁력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김기응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이 좌장을 맡고 조 교수와 함께 레슬리 팩 캘블링 MIT 파나소닉 석좌교수, 노엄 브라운 오픈AI 리서치 부문 부사장, 에밀리 블랙 뉴욕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조 교수는 자신의 최근 연구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코딩과 수학을 자동화하는 최신 모델 덕분에 이전에는 손댈 수 없던 문제에 새롭게 접근할 자유를 얻었다면서 코드 학습에서의 개념 발견과 인과추론 등을 새로운 연구 과제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