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남는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빌려주겠다고 선언한 뒤 시장을 강타한 ‘메타 쇼크’가 인공지능(AI)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놓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의 ‘큰손’이던 메타가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입장을 바꾸려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동안 AI 반도체의 수요가 공급보다 크다는 전제에서 쌓인 투자 기대를 되돌아보게 만든 것이다. 논의의 축은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정작 수익은 내고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메타의 발표로 미국 반도체 섹터는 큰 충격을 받았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급락한 코스피는 9일까지도 메타 쇼크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라마’까지 개발한 메타가 AI 인프라 대량 구매자에서 클라우드 사업자로 포지션을 바꾸겠다는 것은, AI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반도체 수요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렀다.
수익성 지표는 이런 불안을 뒷받침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오픈AI는 2025년 매출 130억7000만 달러를 올렸지만 영업손실이 209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매출 1달러를 벌기 위해 2.6달러를 쓰는 구조다. AI 도입 현장에서도 모순이 드러난다. 미국 CBS는 고용정보업체를 인용해 올해 1~4월 기술 업계에서 8만5411명이 감원됐고 이 중 절반 이상이 AI·자동화 도입과 직접 연관됐다고 전했다. 리서치 기업 가트너 조사에서는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 350곳 가운데 80%가 AI 도입 이후 인력을 줄였지만, 이런 감원이 투자수익률(ROI) 개선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트너는 “인건비 절감만을 목표로 AI를 도입하면 대부분 제한적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엔비디아와 오픈AI를 둘러싼 투자 구조도 우려를 키운다. 엔비디아는 오픈AI의 대규모 펀딩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고, 오픈AI는 엔비디아의 GPU와 시스템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구조다. 칩 공급사와 AI 서비스 기업이 서로에게 투자하며 수요와 가치를 함께 키우는 이 패턴은, 과거 ‘닷컴버블’ 당시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와 통신사가 장비를 맞구매하며 거품을 키운 구조와 닮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다만 지금이 닷컴버블과 똑같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당시 통신망·장비는 과잉 구축돼 상당 부분이 쓸모없어졌지만, AI 인프라는 곧바로 클라우드·소프트웨어·에이전트로 이어지며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고, 엔비디아처럼 이미 막대한 이익과 현금 흐름을 실현한 플레이어도 존재한다는 반론이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버블인지, 아니면 옥석 가리기가 막 시작된 것인지 당장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결국 수익모델이 지표가 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인프라와 모델 경쟁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가 더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단기 효율에서 벗어난 정교한 수익모델과 신시장 창출이 AI 버블론을 넘어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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