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과 현실을 인공지능(AI)으로 연결하는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총 20조원을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자율 공장 확산과 부가가치 창출을 겨냥한 이 대규모 자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공동 추진하고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뒷받침한다. 외산 플랫폼에 주권을 내준 채 단순 하드웨어만 납품하는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정부와 제조 대기업,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진영이 삼각편대를 이뤄 독자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발표한 ‘제조AI 2030 전략’과 7월 1일 확정 고시한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통해 데이터 구축부터 산업 확산, 생태계 자립을 아우르는 풀스택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가 구축되며, 은퇴를 앞둔 제조 명장의 경험과 노하우인 ‘암묵지’까지 데이터로 변환해 AI 학습 자산으로 활용한다. 외산 플랫폼 없이 국내 기업이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학습·실증할 길을 여는 셈이다.
제조 대기업의 행보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현대차그룹으로, ‘CES 2026’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학습 거점 ‘로봇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가 미국에서 가동을 시작하며 운영 데이터를 독점 축적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을 35%까지 확대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고, 반도체 무인 공정용 자체 휴머노이드와 가전 생태계를 잇는 플랫폼 구축을 하반기 내 가시화한다는 목표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공개한 지능형 홈 기기 ‘LG 클로이드(LG CLOiD)’의 상용화 생산 확대와 함께 독자 공간 오케스트레이션 AI 운영체제를 가전과 모빌리티 전반에 이식하고 있다.
후방 산업인 소부장 진영의 원천 기술 자립도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일본산에 의존해 온 정밀 부품 ‘감속기’ 분야에서 국산 기업 LSGM은 독자적인 치면 구름 접촉 기술로 진동을 크게 줄인 하모닉 감속기를 선보이며 국내 대기업 공급망 진입을 앞두고 있고, 나라삼양감속기는 내년 초 로봇 관절용 정밀 감속기의 대량 양산을 공식화했다.
이 같은 총력전의 배경에는 중국의 물량 공세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유니트리(Unitree)와 애지봇(AgiBot) 등은 단 3개월 만에 수만 대의 하드웨어를 찍어내며, 2026년 하반기 글로벌 보급형 하드웨어 시장의 약 80%를 독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단순 조립과 가격 경쟁만으로는 중국의 규모를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한다. 증권가는 한국이 중국의 물량 공세와 미국의 플랫폼 통행세라는 양대 압박에서 벗어날 유일한 돌파구로 ‘제조 현장의 실전 데이터 주권’과 ‘소부장 핵심 기술의 자립’ 결합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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