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 기기가 걸음 수·심박수 측정을 넘어 수면, 피부 온도, 호흡률, 혈중 산소포화도까지 추적하며 인공지능(AI)으로 질병의 조짐을 미리 알아챌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애플, 구글, 우라(Oura), 후프(Whoop) 등 주요 제조사들은 매년 새 건강 기능을 발표하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실제 임상적으로 신뢰할 만한 기능은 생각보다 적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가장 확실한 성과를 낸 분야는 심방세동(AFib) 감지다. 애플워치 연구에서는 불규칙 맥박 알림이 실제 심방세동으로 확인된 비율이 84%에 달해, 의사들도 임상적으로 유용하다고 인정하는 몇 안 되는 기능으로 꼽힌다. 이는 심방세동이 비교적 뚜렷한 생리적 신호를 갖고 있어 소비자용 웨어러블로도 포착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혈압 경고, 칼로리 소모량 추정, 세부 수면 단계 분석 등은 의료진이 진단 근거로 삼기엔 정확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라의 ‘리커버리’ 점수나 후프의 회복 지표처럼 독자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웰니스 점수 역시 의료 현장에서는 활용도가 낮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이 실제로 잘하는 일은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신체 패턴에서 벗어난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텍사스A&M대와 스탠퍼드대 공동 연구는 스마트워치가 감염 후 몇 시간 안에 코로나19나 독감의 조기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으며, 연구진은 이런 조기 경고로 사람들이 더 빨리 격리·검사·치료를 받게 되면 팬데믹 전파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구글은 제미나이(Gemini) 기반 헬스 코치를 통해 여러 센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고, 우라의 ‘증상 레이더’와 애플의 ‘바이탈’ 기능도 다중 센서 데이터를 기준선과 비교해 이상 신호를 알려준다.
다만 이런 AI 분석 대부분은 기기 내부에서 비공개로 이뤄져 의료진이 검증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안정시 심박수 상승처럼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지표조차 단순히 잠을 설쳤거나 음주를 한 결과일 수 있어 오탐 가능성이 남아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웨어러블과 AI 코치가 병원 진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 신호를 조기에 알아채 정기 검진과 병행하도록 돕는 보조 도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