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30일 워싱턴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밋 기조연설에서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의 위험성이 ‘디지털 핵무기’와 같은 수준이라고 밝히며, 대면 위주 정보 수집에 치중해온 CIA를 사이버·기술 중심 조직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랫클리프 국장은 AI가 혁신적인 무기가 되어 미국이 적대국과 벌이는 경쟁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정보기관 수장이 이처럼 공개 연설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랫클리프 국장은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4월 이란에서 추락한 미 공군 F-15E 전투기 조종사의 위치를 찾아낸 것 모두 CIA의 발달한 AI 기술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요 AI 기업들이 모두 ‘종말의 날 장치’에 견줄 만한 강력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하며, 수소폭탄이나 핵폭탄처럼 전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에 빗대 AI 기술의 위험성을 재차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참모진과도 AI 활용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 개편의 구체적 내용도 공개됐다. CIA는 산하 사이버 정보센터를 독립 기관으로 승격시켰고,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기술 도입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3년에서 약 6개월로 대폭 단축했다고 밝혔다. 기존 디지털혁신국의 명칭도 임무시스템국(DMS)으로 바꾸고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공개 정보 수집 중심이었던 업무를 사이버 보안과 첨단 데이터·인프라 구축 기능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랫클리프 국장은 더 많은 CIA 요원이 인적정보망(휴민트)을 다루는 것만큼이나 컴퓨터 코드를 다루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정보 수집과 검증, 최종 판단의 의사결정권은 AI가 아닌 인간에게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랫클리프 국장은 “아무리 훌륭한 정보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인간의 올바른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며 의사결정을 기술에 완전히 넘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AI를 안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명시적으로 채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국가 정보기관 차원의 AI 활용을 둘러싼 논의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