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기관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AI 아키텍처를 근본부터 재설계하고 있다. 개별 업무 단위로 독립 구축되던 사기 탐지·신용 모델·추천 엔진이 트랜잭션 파운데이션 모델(Transaction Foundation Model)이라는 단일 체계로 수렴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엔비디아(NVIDIA)가 발표한 ‘2026 금융 서비스 AI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65%가 이미 AI를 활용하며 약 90%는 도입 중이거나 평가 단계에 있다.
트랜잭션 파운데이션 모델은 결제·이체·상품 이용·행동 신호 등 수십억 건의 금융 이벤트를 학습한 대규모 AI 시스템이다. 기존 머신러닝 모델이 개별 신호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데 반해, 이 모델은 맥락 전체를 해석한다. 동일한 심야 결제라도 10분 사이 네 번째 시도이고 낯선 기기에서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서 발생한 경우라면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식이다.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Revolut)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2600만 명의 사용자, 100개국 이상에 걸친 240억 건의 이벤트로 학습한 ‘PRAGMA’ 파운데이션 모델 패밀리를 구축했다. 레볼루트의 신용 데이터 사이언스 책임자 타다스 크리슈추나스는 “피처 엔지니어링에 수주 또는 수개월이 걸리던 작업이 이제는 전혀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엔비디아·AWS·데이터브릭스의 기술을 활용해 수백억 건의 익명 트랜잭션을 기반으로 한 대형 표 형식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이다. 초기 테스트에서 표준 머신러닝 기법을 능가하는 성능이 확인됐으며, 사이버보안·사기 탐지·충성도·개인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기대된다. 결제 처리업체 아덴(Adyen)은 이미 1조 달러 규모의 결제를 처리하며 강화학습 기반 트랜잭션 파운데이션 모델을 운영 중이다. 아덴의 AI 제품 매니저 드루브 굴라티는 “승인율 0.1% 개선만으로도 막대한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Stripe)는 이 방식을 통해 지난해 약 1120억 달러 규모의 사기를 차단하고 평균 사기율을 38% 낮췄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 교체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독점 트랜잭션 데이터는 경쟁사가 복제할 수 없는 자산이다. 엔비디아는 AWS와 네비우스(Nebius) 클라우드에서 실행 가능한 ‘트랜잭션 파운데이션 모델 직접 구축’ 개발자 예제를 공개하며, 기존 파이프라인을 전면 교체하지 않고도 트랜스포머 임베딩을 도입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구독 관리·결제 라우팅 같은 자율 거래 행위가 늘어나면서, 개별 신호 반응이 아닌 행동 맥락 전체를 이해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접근법이 금융 AI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