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박람회 ‘2026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2026)’에서 인공지능(AI) 신약개발이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먼 미래 기술로 여겨지던 AI 신약개발이 이번 행사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자연스럽게 검토하는 현실 기술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현장 참가 국내 기업들의 공통된 평가다. AI와 바이오기업 간 협업 사례가 늘어나면서 그간 주변부에 머물던 국내 AI 신약개발 스타트업들의 존재감도 커졌다.
희귀질환 진단 스타트업 쓰리빌리언은 이번 바이오 USA에서 60여개 제약사와 파트너링 면담을 진행했다. 회사는 희귀질환 진단 과정에서 쌓은 10만건 이상의 환자 유전체·임상 정보를 기반으로 신규 질환 타깃을 발굴하고, AI 기술로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쓰리빌리언 신약개발사업총괄은 최근 2~3년 사이 AI 신약개발 분야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면서 기업들이 AI 활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회사는 독자 유전체 데이터를 토대로 약 10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발굴했으며, 비임상 단계에서 후보물질 유효성을 입증한 뒤 기술이전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AI 항체 설계 기업 갤럭스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공동연구를 공개한 데 이어 바이오 USA에서 30여개 기업과 파트너링에 나섰다. 갤럭스는 지난해 AI가 기존에 없는 항체 구조를 새롭게 창출하는 ‘드노보 설계’에 성공하며 주목받았고, 올해는 국제 비교 연구에서 AI로 가장 많은 항체 후보를 설계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갤럭스 대표는 AI 항체 설계 기술이 초기 후보물질 탐색을 넘어 인체 효능 입증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AI가 우수한 항체와 분자 구조를 도출한 조건을 이미 학습하고 있는 만큼, 지금 AI로 설계 중인 물질 다수가 실제 신약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전망도 내놨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엔비디아(NVIDIA)는 바이오 USA에서 생명공학 세션을 직접 개최하며 신약개발 AI 생태계 주도 의지를 드러냈고, 중국 바이트댄스도 국제 학회에서 AI 신약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미국·중국 빅테크가 기초과학에 과감히 투자하며 속도를 높이는 반면, 국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해외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 K바이오 업계의 공통 고민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독자 데이터 경쟁력 확보와 한국 주도 AI 신약 생태계 형성이 국내 기업들이 차별화를 만들어낼 핵심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