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 붐을 이끌던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며 월스트리트에 현실 점검 신호가 켜졌다. 나스닥 100 지수는 하루 만에 3.3% 하락했고 S&P 500도 1.4% 밀렸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는 13.2%의 폭락을 기록했으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핵심 AI 인재가 경쟁사로 이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한국 증시에서 시작된 반도체 주가 하락이 투자자 불안을 증폭시킨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 조정의 이면에는 AI 인프라 비용에 대한 기업들의 현실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KPMG가 미국 기업 임원 2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AI 운영 비용이 자신들에게 완전히 가시화돼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KPMG의 AI 전환 전문가 라산 쉬어스(Rahsaan Shears)는 “고객사들로부터 예산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버(Uber)는 2026년 AI 코딩 도구 예산을 불과 4개월 만에 소진하고 직원별 사용 한도를 제한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용 부담의 구조를 살펴보면 복잡한 양상이 드러난다. 클라우드 인프라 전반의 컴퓨팅 단가는 하락하는 추세지만,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최첨단 프론티어 모델의 사용 비용은 여전히 높다. 도이체 방크의 짐 리드(Jim Reid)는 최근 리포트에서 모든 기업이 최고급 AI 모델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는 “슈퍼카가 아닌 믿을 수 있는 일반 차량”으로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컴퓨팅 단가 하락이 메모리 칩 기업들의 기업 가치 전망을 압박할 수 있는 반면,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는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AI 수요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강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글로벌 기술 리서치 총괄 만딥 싱(Mandeep Singh)은 AI 컴퓨팅 수요가 공급을 최소 5배에서 10배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컴퓨팅 단가 변화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기업 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투자 핵심 논리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번 주가 조정은 1년 넘게 세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해온 AI 관련주에 대한 이익 실현 심리와, AI 투자의 실질적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