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체 AI 칩인 TPU(텐서 처리 장치)를 외부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는 동시에, 미국 각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대규모 금융보증을 제공하며 AI 인프라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지금까지 TPU는 구글 자사 서비스 운영에만 활용되던 내부 자산이었으나, 이제는 엔비디아(NVIDIA) GPU의 대안으로 외부 시장을 겨냥한 상품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뉴욕주 온타리오호 인근 ‘레이크 매리너’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32억 달러(약 4조 8,965억 원) 규모의 금융보증을 제공했다. 이 시설의 컴퓨팅 자원은 앤트로픽(Anthropic)에 임대될 예정이다. 루이지애나의 70억 달러 규모 ‘AI 리버 벤드’ 프로젝트와 텍사스주 AI 컴퓨팅 프로젝트에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금융보증을 각각 제공하고 있으며, 블랙스톤과는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 합작법인 설립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TPU를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AI 추론에 특화된 첫 번째 TPU 제품도 공개했다.

WSJ는 구글의 이 접근 방식이 엔비디아가 GPU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구사해 온 ‘순환 금융’ 전략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구글도 데이터센터 금융보증 제공 → 해당 시설에 TPU 탑재 → TPU 매출 증대라는 흐름을 형성하려는 셈이다. 금융기업 시타델 시큐리티스는 TPU를 활용해 주요 작업 비용을 최대 30% 절감하고 처리 속도를 최대 4배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아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CUDA’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고성능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 장벽이 견고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우리의 시장 도달 범위는 어떤 TPU나 ASIC도 따라올 수 없다”고 밝혔다. 기존 CUDA 코드 자산이 막대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마이그레이션 비용이 현실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구글은 이번 전략 실행을 위해 850억 달러(약 13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향후 관건은 TPU 기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키울 수 있느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TPU 생산 확대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납품처가 다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