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인간 이용자를 전제로 설계돼 온 월드와이드웹을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연구 논문이 arXiv에 공개됐다. 현재 웹의 접근 모델은 인간 방문자를 가정하고, 경제 구조는 인간의 주의(attention)에 의존하며, 콘텐츠는 인간 인식을 대상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인간과 웹 콘텐츠 사이의 중간 매개자로 급부상하면서 이 전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논문의 출발점이다. 현재 웹은 일괄 차단, CAPTCHA, 에이전트 접근을 착취로 간주하는 경제 모델을 통해 에이전트를 배제하고 있다.
연구진은 세 가지 계층에 걸친 원칙적 재설계를 제안한다. 접근 계층에서는 인간을 대리하는 에이전트에게 동등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되, HTTP 요청에 속도 제한과 에이전트 식별 메타데이터를 추가하고, 인간 가독 콘텐츠와 에이전트 최적화 콘텐츠를 같은 도메인에서 이중으로 제공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경제 계층에서는 에이전트의 경제적 의무가 그것이 대리하는 인간의 의무와 같다는 ‘에이전트-인간 대리인 원칙’을 토대로, 페이지뷰 대신 토큰 수로 콘텐츠를 계량하는 토큰 기반 구독 모델을 제시한다.
콘텐츠 계층에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또 다른 AI 에이전트가 소비해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인식론적 순환(epistemic recursion)’ 문제를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지목했다. 이 자기지시적 순환이 심화되면 웹 지식이 인간의 실제 현실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논문은 에이전트 텍스트 마크업 언어(ATML)와 4단계 인간 감독 계층 모델, 암호학적 출처 추적 체계를 제안한다. 이를 통해 콘텐츠가 어디서 왔는지, 어느 정도의 인간 감독을 거쳤는지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연구진은 이 세 가지 계층의 재설계를 아우르는 10개 원칙을 ‘에이전트 퍼스트 인터넷(agent-first internet)’의 기초로 제시했다. AI 에이전트가 정당한 시민으로 통합되려면 접근·경제·콘텐츠 전반에 걸쳐 웹의 근본적인 사회 계약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