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원하는 자료를 즉시 찾아주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인간에게는 느리고 깊이 생각하는 힘이 더 중요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AI가 가져올 변화의 실체를 판단하려면 ‘역사 지능’, 즉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금의 현상이 진정 새로운 것인지를 가려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갑작스럽게 떨어진 운석에 비유하며, 흙먼지가 가라앉아야 충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듯 지금 당장 판단을 서두르기보다 거시적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가 말하는 역사 지능의 핵심은 새로운 현상과 반복되는 현상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현재를 사는 사람은 언제나 지금이 가장 새롭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역사적 패턴을 이해한다면 AI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AI 이후’를 준비하는 미래 지향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보가 많을수록 오히려 방향 감각이 사라지는 역설 속에서 역사가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AI 네이티브 세대의 문해력 약화도 경고했다. 요즘 학생들은 자료를 못 찾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료가 많아도 오래 읽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며, 두꺼운 책을 격파할 수 있어야 참과 거짓을 분별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교육 시스템 변화도 촉구했다. 조 교수는 AI 시대에는 지식의 양이 아닌 구두(口頭)로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은 진정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자신은 1998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A4 반 장 이상 직접 글을 쓰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으며, AI를 통해 쉽고 빠르게 쓰고 싶다는 유혹을 이겨내는 것 역시 AI 시대의 새로운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고속 정보 탐색이 가능한 AI 도구를 활용하면서도 비판적 읽기와 깊이 있는 사고 훈련을 놓치지 않아야 가치 판단 능력이 유지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