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AI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총 2조 850억원 규모의 ‘GPU 확보·구축·운용지원 사업’ 수행 기업으로 네이버클라우드, 삼성SDS, 엘리스그룹을 선정하고, 엔비디아 차세대 GPU인 베라루빈(Vera Rubin) 2016장과 B300 7688장 등 총 9704장을 확보·구축하기로 했다. 2조 5000억원 규모의 국가 AI컴퓨팅센터도 삼성SDS 컨소시엄 주도로 2026년 착공, 2028년 개소를 목표로 추진 중이며, 정부는 2030년까지 GPU 5만 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뒤 베라루빈을 한국에 최우선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막대한 GPU 투자가 진행되는 한편,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Neural Processing Unit) 기업들은 시장 진입의 기회조차 잡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KT클라우드와 가비아가 리벨리온 기반 NPU 서비스(NPUaaS)를 출시하고, 삼성SDS도 퓨리오사AI 기반 NPU 서비스를 준비 중이지만, 시장에서의 검증 사례와 실제 활용 레퍼런스가 부족해 엔비디아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개발자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가 연구자·개발자 사이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도 국산 NPU 확산의 걸림돌로 꼽힌다.
AI 업계에서는 단기 경쟁력 확보와 장기 기술 자립 사이에서 정책 방향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성능 컴퓨팅 지원사업이 1년 단위로 운영되다 보니 NPU의 대규모 장기 도입이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김양팽 국제산업통상연구실 연구원은 “엔비디아 GPU를 대량 공급받으면 상당 기간 이를 유지·사용해야 하는 만큼 국내 NPU 기업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도 당장 엔비디아 없이 글로벌 AI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엔비디아 GPU를 활용하면서 장기적으로 국산 NPU가 동반 성장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