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에서 분사한 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가 신약 설계 전용 AI 시스템 ‘이소모픽 약물 설계 엔진(IsoDDE, Isomorphic Drug Design Engine)’을 개발해 기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노바티스(Novartis),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신약 발견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최근 2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IsoDDE는 단백질 구조 예측, 결합 포켓 식별, 결합 친화도 예측 등 세 가지 엔드포인트를 통합 처리하는 통합 계산 시스템으로, 알파폴드(AlphaFold)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신약 후보 발굴 문제에 도전한다.
이소모픽 랩스의 머신러닝 그룹 리더 에이드리언 스테쿨라(Adrian Stecuła)는 알파폴드3이 다양한 세포 생체분자 상호작용을 단일 프레임워크로 모델링하는 능력을 갖췄지만, 훈련 데이터와 거리가 멀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에서는 기존에 관찰된 적 없는 포켓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훈련 데이터 범위 밖에서의 일반화 능력이 핵심이 된다. 이번 기술 보고서에서 공개된 검증 사례에 따르면 IsoDDE는 2026년 1월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세레블론(cereblon) 단백질의 새로운 ‘크립틱 포켓(cryptic pocket)’ 위치를 단백질 서열만 입력으로 활용해 정확히 예측해냈다. 크립틱 포켓은 단백질이 단독으로 존재할 때는 드러나지 않다가 특정 리간드가 결합할 때만 열리는 숨겨진 결합 자리다.

IsoDDE의 접근 방식은 작은 분자에 국한되지 않고 항체, 분자 접착제, 펩타이드 등 다양한 치료 모달리티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스테쿨라는 AI로 단백질 구조를 모델링할 수 있다고 해서 신약 개발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결합 친화도를 포함한 다양한 엔드포인트를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소모픽 랩스 측은 향후 에이전트 워크플로를 활용해 가설 생성과 검증 과정도 자동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십억 달러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AI 설계 신약이 실제 환자에게 도달한 사례가 드문 상황에서 이소모픽 랩스의 행보가 이 분야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