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자동차 업체와 스타트업이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설치된 57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대형 배터리 가운데 82%를 테슬라가 공급했으며, 에너지 부문 연간 매출은 2023년 대비 두 배로 늘었다. 해당 부문의 총이익률은 약 30%로,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마진의 두 배 수준이다. 태양광 업계 단체인 태양에너지산업협회(SEIA)는 각종 인센티브가 축소되는 환경에서도 2030년까지 연간 신규 설치량이 110GWh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 시장에 나트륨이온 배터리 화학으로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GM의 배터리·지속가능성 부문 부사장 커트 켈티(Kurt Kelty)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원재료가 풍부하고 저렴하며, 능동 냉각 시스템이 불필요하고, 리튬이온보다 충방전 사이클을 더 많이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코발트 등 다른 배터리 소재의 공급망을 장악한 것과 달리, 나트륨이온 소재 공급망은 아직 특정국에 집중되지 않아 공급망 다각화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GM의 첫 나트륨이온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시점은 이번 10년 후반으로 예상된다.
ESS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은 AI 데이터센터 수요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수요는 2030년까지 현재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수송·제조·공조(HVAC) 분야의 전기화도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스타트업들도 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베이스파워(Base Power)는 텍사스 사업 확장을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를 유치했고, 루나에너지(Lunar Energy)는 2억3200만 달러를 조달해 가정용 배터리 시장을 공략 중이다. 전기 RV 제조사 라이트십(Lightship)은 이동식 현장용 배터리로 사업을 전환하기도 했다.
GM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재포장해 ESS에 투입하는 테슬라·포드 방식 대신 새로운 화학을 택했다. 기존 기가팩토리의 리튬이온 생산 능력을 ESS로 돌렸다가 전기차 수요가 반등할 때 발이 묶이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판단이다. GM은 2028년 데뷔 예정인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를 통해 전기차 비용을 약 10% 낮추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켈티는 AI 거품이 꺼지더라도 최고의 제품을 보유한 쪽이 시장 수축에서도 살아남는다며, 가능한 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