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닷새간 방한(6월 6~10일)은 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의 가능성과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이벤트로 평가된다. 이번 방한에서 SK텔레콤과 네이버는 각각 엔비디아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를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내년부터 국내에서 엔비디아 DSX 플랫폼 기반 AI 팩토리를 첫 가동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로 시작해 2028년 200MW, 이후 GW급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는 차세대 로봇,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SDV)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한다.
방한 마지막 날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현대차그룹, LG전자, 네이버부터 업스테이지, NC AI, 크래프톤, 두산로보틱스, 로보티즈까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망라한 한국 AI 주요 기업들이 총집결했다. 황 CEO는 “한국은 AI의 미래에 투자하기에 훌륭한 나라”라며 “한국의 AI와 미래에 매우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협력들이 공통적으로 엔비디아의 컴퓨팅 자원이나 소프트웨어·플랫폼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기술 의존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AI 업계 관계자는 “GPU 공급 주도권이 엔비디아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번 방한으로 한국 기업들의 엔비디아 의존이 메모리를 넘어 AI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차세대 GPU 서버의 랙당 전력 소비가 기존 대비 최대 4~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 마련도 과제로 꼽힌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엔비디아 밸류체인 편입 자체를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손을 잡으면서 동시에 손을 놓아야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자적 연구개발(R&D) 없이 엔비디아에 종속되면 그들의 사업 상황이 나빠질 때 우리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국내 환경에 적합한 독자 기술을 꾸준히 축적하는 것이 종속성을 완화하는 핵심 경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