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일자리가 AI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기술 업계의 잇단 정리해고가 모든 지식 노동자에게 곧 닥칠 일의 전조로 회자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금융 분석가 일을 그만두고 배관공 노조에 가입하기 전에, AI가 실제로 화이트칼라 노동을 잠식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오늘날의 경제 연구를 살펴볼 가치가 있다. 현재의 노동 통계는 종말론적 시나리오의 필연성과 그 속도에 의문을 던진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지금까지의 모든 증거는 AI가 현재 노동시장 여건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역사를 보면 혁신이 산업과 직업의 변화로 스며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AI는 먼저 기업을 바꾼 뒤에야 노동시장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 노동통계국을 이끌던 인물로, 행정부가 못마땅해한 고용 보고서 이후 해임된 바 있다.

물론 22~25세 청년층이 소프트웨어 개발 등 AI 영향이 큰 직종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징후는 있다. 그러나 이런 직종은 전체 노동시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 어려움을 얼마나 AI 탓으로 돌려야 할지도 불확실하다. AI에 노출된 직종에서 신입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이 다른 직종으로 번질 전조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데이터로 충분히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길게 늘어서 있다. AI가 일터에서 어떻게 쓰이는가, 노동자를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더 생산적이고 가치 있게 만들 것인가, 어떤 직종과 기술이 가장 영향을 받는가. 한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는 사실상 눈을 감고 비행하는 셈”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연구진은 2024년부터 분기마다 수천 명을 설문해 생성형 AI 사용 여부와 빈도를 추적해왔다. 그 결과 노동자의 40% 남짓이 AI를 쓰지만 채택률은 업종별로 편차가 크고, 생산성 향상은 일부 확인되나 경제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AI 일자리 공포가 통계적 근거보다 앞서 있다는 진단은 한국 사회의 과도한 불안을 진정시키는 동시에, 냉정한 데이터 기반 대응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혁신이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지금은 공포에 휩쓸리기보다 어느 직종이 실제로 어떻게 변하는지 면밀히 측정할 때다. 한국 정부와 연구기관도 AI 활용 실태와 생산성 효과를 추적하는 체계적 조사를 강화해, 막연한 공포가 아닌 증거에 기반한 노동·교육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