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2선거구 민주당 예비선거가 6월 마무리될 무렵, 두 대형 AI 기업은 AI의 정치적 미래, 즉 누가 규제 권한을 쥘 것인가를 둘러싼 싸움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게 된다. 2025년 말부터 한 AI 기업과 데이터분석 기업, 벤처캐피털 임원들이 자금을 댄 슈퍼팩 ‘리딩 더 퓨처’는 미국 최초의 AI 규제 법안 중 하나를 작성한 후보 알렉스 보레스를 겨냥해 수백만 달러를 썼다.
이 슈퍼팩은 오랜 현역 의원이 비울 의석을 노린 보레스의 출마를 좌초시키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보레스는 여덟 명이 겨루는 경선에서 ‘맨해튼의 얼굴’을 차지할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대규모 광고 캠페인 없이 이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보레스 캠프 측은 직접 광고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 기업과 억만장자가 후원하는 슈퍼팩은 캠프와 조율하지 않는 한 무제한으로 자금을 모으고 쓸 수 있어, 목표 후보를 압도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그룹의 배후 세력은 2024년 선거에서 암호화폐 업계 슈퍼팩을 동원해 현역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낙선시킨 전력이 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뉴욕 미디어 시장은 미국에서 가장 비싸다. 광고 시간 한 토막을 얻으려고 안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출마 당시 보레스는 인지도 높고 자금력 있는 여러 경쟁자에 맞선 무명에 가까운 후보였다. 그러나 슈퍼팩의 공격 광고는 그를 묻기는커녕 오히려 부각시켰다. 그를 ‘AI 반대·규제 찬성’ 후보로 묘사하며 그가 프런티어 AI 모델 출시를 제한한 뉴욕주 ‘RAISE법’의 입안자임을 강조한 우편물과 광고가 쏟아지자, 그를 몰랐던 유권자들까지 그를 인식하게 됐다. 한 관계자는 “그들이 (AI 규제를) 유권자의 최우선 관심사로 만들어줬다”고 평했다.
이 사례는 정치 광고에서 부정적 노출조차 인지도로 전환될 수 있다는 고전적 역설을 보여주는 동시에, AI 규제가 본격적인 정치 쟁점이자 거대 자본의 로비 대상이 되었음을 드러낸다. 한국에서도 AI 기본법 제정과 규제 권한 배분을 둘러싸고 산업계의 영향력 행사가 거세질 수 있다. 막대한 자금이 특정 규제 방향을 밀거나 막으려 동원될 때, 투명한 정치자금 공개와 균형 잡힌 공론화 절차가 정책의 정당성을 지키는 핵심 안전장치가 됨을 일깨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