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열풍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한편, 정반대 방향을 겨냥한 스타트업들이 투자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투게더 테크(together tech)’로 불리는 이 흐름은 온라인 AI 도구가 아닌 사람 간의 실제 만남과 사회적 경험을 매개하는 기술을 추구한다. 이 트렌드는 단순한 반AI 정서가 아니라 디지털 과잉 시대에 인간적 연결을 되찾으려는 수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 사례로는 피트니스 스타트업 미러(Mirror)를 공동 창업한 브린 퍼텀(Brynn Putnam)이 세운 신규 스타트업 ‘보드(Board)’가 꼽힌다. 보드는 대면 게임과 오프라인 사회적 경험을 매개하는 서비스로 투자를 유치했다. 이 외에도 ‘DIY 컴퓨터’ 문화를 지향하는 사이버덱(cyberdeck) 제작자들이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AI 없는 브라우저를 지향하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이는 단순 기술 거부가 아니라, 스크린에서 벗어나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의 경험을 가치 있게 여기는 소비자 정서가 투자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AI 쪽에서도 주목할 움직임이 이어졌다. 앤트로픽(Anthropic)은 비공개 IPO를 신청했으며, 구글 알파벳(Alphabet)이 850억 달러 규모의 AI 사업 자금 조달에 나선 시점과 맞물려 주요 AI 연구소들의 재무 현황 비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켓 엔진 스타트업 임펄스(Impulse)는 5억 달러를 유치하면서 해당 자금을 AI가 아닌 인력에 투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 메타(Meta) CTO 마이크 슈뢰프(Mike Schroepfer)는 AI 투자가 대세인 현 시점에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기후 기술 펀드를 조성하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AI 중심의 자금 흐름이 계속되면서도 그 대항마 성격의 투자처가 함께 부상하는 2026년 스타트업 시장의 복잡한 지형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이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동시에, 기술 피로도가 쌓인 소비자를 향한 비AI 제품에도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앤트로픽을 비롯한 주요 AI 기업들의 재무 공개가 현실화될 경우, AI 투자 거품 여부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