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AI 에이전트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야망과 실행 사이에 괴리가 드러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조직의 85%가 향후 3년 내 ‘에이전트화’를 원한다고 답했지만, 실제 실행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한 컨설팅 기업의 글로벌 CTO는 많은 조직이 운영 모델을 재구상하기보다 기존 운영 위에 AI 에이전트를 덧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무너지고 있는 운영 모델에 접착테이프를 붙이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방식은 에이전트 AI가 제공하는 온전한 가치를 가로막아, 환멸이 빠르게 스며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에이전트의 진정한 가치는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전체 워크플로를 수행하는 능력에 있다. 에이전트는 복잡한 작업을 조율하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며, 변화하는 조건에 적응하고, 성과를 스스로 개선할 수 있다. 고객서비스, 인사, 영업 등 초기 검증 영역에서 이런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한 에이전트 AI 플랫폼 기업은 이 변화를 ‘ABT(Agentic Business Transformation)’라는 새 용어로 설명한다. 이 기업 CEO는 “디지털 전환은 종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이동이었고, AI 전환은 기존 프로세스에 인공지능을 더한 것이며, 코파일럿은 인간 작업을 보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ABT는 범주가 완전히 다르다. AI 에이전트를 조직의 근간에 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TO 역시 이 용어가 “운영 모델, 워크플로, 의사결정 권한, 성과관리 체계를 포함한 조직 전체의 재설계 필요성을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ABT는 세 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기술 스택이다. “기존 스택은 인간 중심·애플리케이션 중심 워크플로를 위해 설계됐으므로, 행위 주체가 여러 시스템을 동시에 기계 속도로 넘나드는 AI 에이전트일 때는 재고돼야 한다.” 에이전트는 기존 스택의 또 다른 층이 아니라 여러 층을 넘나들며 고차원 작업을 조율하는 ‘연결 조직’으로 기능한다. 새 요구사항이 생기면 6개월간 소프트웨어 벤더의 기능 개발을 기다릴 필요 없이, 자연어로 ‘AI 직원’을 구성하고 필요한 시스템에 연결해 작업화 기간을 수개월에서 수일로 단축할 수 있다. 둘째 축인 인력 구조는 여전히 산업화 초기의 위계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재편이 불가피하다.
에이전트를 기존 조직에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운영 모델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통찰은, AI 도입을 서두르는 한국 기업에 핵심적인 교훈이다. 도구 몇 개를 얹는 수준의 도입은 단기 환멸로 이어지기 쉽다. 국내 기업은 의사결정 권한 구조, 워크플로, 성과 측정 지표까지 함께 손질하는 통합적 전환을 준비해야 하며, 자연어 기반으로 업무를 빠르게 재구성하는 적응형 조직 역량이 향후 경쟁력의 분수령이 될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