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 주목할 만한 에너지 기업의 상장(IPO) 물결이 이어졌다. 태양광·배터리 기업 솔브에너지(Solv Energy)가 2월 60억 달러 규모로 상장했고, 소형모듈원전(SMR)을 짓는 엑스에너지(X-energy)는 4월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 115억 달러를 찍었다. 가장 최근에는 지열 기업 퍼보에너지(Fervo Energy)가 5월 중순 상장했다. 이들이 모두 데이터센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전기를 공급하려 경쟁한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2017년 설립된 퍼보에너지는 향상된 지열 기술을 개발하며 상장 전까지 약 15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IPO로 확보한 자금은 사업 확장에 쓰일 전망이다. 퍼보는 현재 600메가와트 이상의 구속력 있는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보했고, 총 40기가와트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토지 임대권도 갖고 있다. 이는 2024년 기준 미국 전체 지열 발전 용량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엑스에너지는 차세대 원전 기업의 일원으로, 헬륨을 핵연료 자갈 위로 순환시키는 고온가스냉각로를 짓는다. 각 원자로는 80메가와트를 생산하는데, 이는 미국 최신 상업용 원전인 보글 발전소 4호기 출력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엑스에너지도 상장이 순조로웠고 거래 시작 후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이 회사는 상업 프로젝트에서 기술을 입증하기까지 아직 수년이 걸린다. 한편 솔브에너지는 태양광·저장장치를 짓는데, 이미 35개 주에 걸쳐 21기가와트 규모의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에너지 업계 다수가 데이터센터 건설·운영의 급성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AI 붐이 에너지 지형을 바꿔, 지난 10여 년간 비교적 정체됐던 미국 전력 수요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솔브에너지는 상장 서류에서 데이터센터를 열 번 넘게 언급했다. 특히 퍼보와 엑스에너지는 AI를 주도하는 빅테크와 긴밀하다. 구글은 퍼보의 오랜 투자자이며 ‘청정 전환 요금제’를 함께 개척했고, 아마존은 엑스에너지의 고객이자 투자자다.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가 청정에너지 기업의 상장 동력이 되는 구조는 한국에도 시사적이다. 국내에서도 AI 인프라 확충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지열·SMR·태양광 같은 무탄소 전원의 확보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다만 퍼보나 엑스에너지처럼 기술 실증과 규모 확대에 수년이 필요한 기업이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 후발 주자 전반의 투자 심리에 파급될 수 있어, 국내 에너지·투자 업계도 기술 성숙도와 상용화 시점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