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움직이지 못하고 목소리를 잃은 사람이 생각만으로 문장을 쓰고 로봇팔을 움직이는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의료 현장으로 옮겨오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뇌의 전기신호를 읽어 컴퓨터 조작이나 문장 입력, 신체 보조로 바꾸는 기술로, 척수손상이나 루게릭병 등으로 마비된 환자에게 다시 의사소통 수단을 열어주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가 상상했던 인간과 기계의 연결이 재활·의료 영역에서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침습형 BCI 개발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세운 뉴럴링크다. 이 회사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전극을 뇌에 심어 움직임 신호를 컴퓨터 명령으로 바꾸는 뇌 임플란트를 개발하고 있으며, 2024년 첫 인간 임상을 시작한 뒤 올해 1월까지 21명이 시술받았다. 초기에는 생각만으로 커서와 키보드를 제어하는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보조 로봇팔 제어와 말 복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경쟁사 패러드로믹스도 지난달 미국 미시간대병원에서 무선 BCI ‘커넥서스’를 운동신경질환 환자에게 처음 이식했다. 421개 미세전극으로 개별 뉴런의 신호를 잡아 합성 음성이나 문자로 바꾸고 컴퓨터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수술이 필요 없는 비침습형 기술도 진전을 보였다. 메타는 지난달 29일 자기뇌파(MEG)로 읽은 뇌 신호를 문장으로 바꾸는 ‘브레인투쿼티(Brain2Qwerty) v2’를 공개했다. 뇌에 칩을 심지 않고도 단어 정확도가 평균 61%, 최고 78%를 기록했다. 대형 장비가 필요하고 임상 적용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수술 없이 뇌 신호만으로 의사소통을 보조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환자의 일상 보조 사례도 나왔다. UC데이비스 연구팀은 지난달 루게릭병으로 말을 거의 할 수 없게 된 환자가 집에서 BCI로 문장을 만들고 컴퓨터를 조작한 사례를 공개했는데, 이 환자는 19개월 동안 3800시간 이상 시스템을 쓰며 가족과 대화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업무 관련 소통까지 했다.
상용화 속도는 중국이 가장 빠르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지난 3월 상하이 보루이캉 의료기술의 BCI 의료기기 판매를 승인했다. 척수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장갑 형태 장치로 다시 손을 쥐도록 돕는 제품으로, 세계 첫 BCI 의료기기 상용 승인 사례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BCI 시장은 지난해 3억달러에서 2029년 5억10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며, 대상 환자가 적어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14.1%로 가파르다. 한국도 올해 3월 ‘K-문샷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BCI를 핵심 과제로 정하고 내년부터 사지마비 환자의 기계 제어, 치매·파킨슨병 치료, 감각 복원 기술을 개발하는 7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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