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콘텐츠를 먼저 분석하고 영상 전문가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 ‘AI-인간지능(NI) 협업 모델’이 미래 영상물 등급분류의 새 방향으로 제시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병재, 이하 영등위)는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포럼 ‘규제를 넘어 산업으로’를 지난달 30일 열고, 급증하는 영상물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AI 기반 등급분류 체계와 인간 전문가의 협업 모델을 집중 논의했다.
김병재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영등위 60년 역사에서 가장 큰 혁신은 OTT 자체등급분류 제도 도입이었다”며 “앞으로 등급분류의 새로운 변화는 AI 기반 등급분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의 자율성이 확대될수록 공공의 책임은 더욱 중요해진다”며 AI 기술을 활용한 등급분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사후관리와 미디어교육을 강화해 국민이 신뢰하는 미래형 등급분류 전문기관으로 발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미국 AI 콘텐츠 분석 전문기업 스피어렉스(Spherex)가 영상 화면과 음성, 자막, 효과음을 종합 분석해 맥락을 이해하는 AI 기술을 실시간으로 시연했다. 테레사 필립스 최고경영자(CEO)는 “한 번의 영상 분석만으로 전 세계 200여 개 지역의 연령등급과 문화적 기준을 예측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에서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며 “AI 등급분류의 핵심은 장면을 단순히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별 문화적 맥락과 등급기준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공중목욕탕 장면처럼 서구권 AI가 성적 맥락으로 오인할 수 있는 사례를 들며, AI가 객관적 요소를 분석한 뒤 최종 단계에서 해당 국가의 기준과 문화적 맥락을 결합해 판단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발표에 나선 박세진 한양대 교수는 “방대한 영상물이 유통되는 환경에서는 기존 등급분류 체계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AI는 대량의 영상물에서 유해 요소를 신속하게 탐지하고, 인간은 콘텐츠의 맥락과 사회적 가치 판단을 담당하는 AI-NI 협업 모델이 미래 등급분류의 새로운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자체등급분류 편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사후조치 비율이 1%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며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제 발표 뒤 진행된 종합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AI가 인간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영상물을 신속하게 분석하고 추가 검토가 필요한 장면을 제시하는 지원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AI 분석 역량과 인간 전문가의 가치 판단을 결합한 AI-NI 협업 모델을 미래 등급분류의 기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영등위도 민간 자율성을 지원하는 한편 AI 기반 사후관리와 이용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미래형 전문기관으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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