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징 소재 스타트업 노피온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IEEE 주최 제76회 전자부품 기술 콘퍼런스(ECTC 2026)에서 독자 개발 소재 ‘SACA-X’를 발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ECTC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 최대 규모의 글로벌 학회로, 이번 행사에는 기업·학계 전문가 2,000여 명이 참가했다. 노피온은 논문(Paper 29.1)을 통해 차세대 고밀도 3D 적층 패키징에 적용 가능한 소재 기반 접합 기술의 실증 결과를 제출했다.
SACA-X는 ‘나노솔더 기반 자가정렬 전도성 접착제(Self-Assembling Conductive Adhesive)’의 약칭이다. 소재 내부에 분산된 나노솔더 입자가 특정 온도 조건에서 접합부로 집적되는 특성을 활용해 별도의 정밀 정렬 장비 없이도 초미세 피치 접합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피온 연구진은 10마이크로미터(μm) 패드 위에서 SACA-X를 적용해 약 1μm 두께의 안정적인 금속 접합을 형성했고, 기존 대비 완화된 온도·압력 조건에서 공정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인더 수지가 접합층 전체의 유기적 결속을 담당해 인터레이어의 물리적 신뢰성을 보강한다.

이 소재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AI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구조 전환이 있다. 현재 양산 HBM의 피치(접합부 간격)는 20μm 수준이지만 차세대 설계는 10μm 이하, 더 나아가 1~2μm 수준의 초미세 적층 연결을 요구한다. 그간 이 영역의 유력 방식으로 꼽혀온 ‘하이브리드 본딩’은 표면 평탄도와 정렬 정확도 요건이 극히 까다로워 공정 원가와 설비 투자 부담이 크다는 산업계 안팎의 지적이 있었다. SACA-X는 장비 의존 대신 소재 자체의 자가조립 메커니즘으로 공정 복잡도를 낮추려는 접근이어서 학회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노피온은 이번 ECTC 발표를 계기로 글로벌 종합 반도체 기업(IDM) 및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HBM·AI 칩렛 패키징 시장 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SACA-X의 양산 적용 시점이나 제3자 기관의 독립 검증 여부는 이번 논문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국산 후공정 소재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학회에서 초미세 피치 인터커넥트의 대안 기술로 논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