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소속 경력직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내부 초안 보고서가 현재의 AI 투자 열기를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에 빗대며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험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체 노터스(NOTUS)가 이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으며, 보고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연방 금융감독기관들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가 지목한 가장 큰 위험 요인은 AI 기업들이 닷컴 시대보다 미국 경제에 훨씬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여건이 악화하거나 AI가 기대한 생산성 목표에 미달하고 성장 병목현상이 발생할 경우, 시스템 전반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결론이다. 위험이 현실화하면 주식시장은 물론 사모신용 시장, 데이터센터 금융, 클라우드 사업자, 반도체 제조사, 유틸리티 기업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 빅테크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어 한 축의 투자·수요 감소가 광범위한 파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보고서는 소수 대형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사모 시장 자금 의존도가 높으며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막대한 선행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닷컴 시대와 유사한 구조적 취약점으로 꼽았다. 다만 현재 빅테크 기업들은 닷컴 시대보다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이 우수하고 실질 매출 창출도 많아, 버블이 터지더라도 즉각적인 경제 충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개인 투자자 비중이 낮은 만큼 피해가 기관 투자자들에게 더 집중될 수 있다는 차이점도 함께 지적했다.
재무부 대변인은 해당 보고서가 검증되지 않았으며 재무부의 공식 정책이나 견해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AI가 미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재무부에 AI 부채 버블 관련 데이터 수집·분석 보고서 작성을 공식 요구하는 한편, 금융사의 AI 투자 현황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그는 금융사들이 불투명한 부채와 재무제표 편법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법안이 또 다른 예방 가능한 금융위기로부터 경제를 보호할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잉글랜드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관들도 최근 AI 기업 과대평가와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AI가 기존 산업 구조 전반을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가운데, 이번 보고서는 AI 투자 확대의 이면에 자리한 시스템 리스크를 정부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관련 자산 가치와 실물 경제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가 향후 금융 안정성을 가늠할 핵심 지표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