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서버 랙 시스템 ‘카이버 NVL144’의 출시가 1년 이상 늦춰져 2028년으로 밀렸다고 보고하면서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지연의 원인이 회로기판 제조 문제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부품은 여러 부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핵심 회로기판인 PCB 미드플레인이다. 결함 없이 양산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불과 3개월 전 GTC 콘퍼런스에서 카이버 NVL144를 선보인 바 있어, 이번 지연 소식이 투자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 일본 PCB 제조업체 이비덴은 최대 10% 급락했고, 홍콩의 킹보드 라미네이츠는 18% 하락했다. 대만 엘리트 머티리얼은 10%, 한국의 삼성전기는 11% 떨어졌다. 이들 종목은 올해 각각 470%, 600% 넘게 급등했던 터라 이번 하락은 그만큼 낙폭도 컸다.
세미애널리시스는 다른 설계 변경 사항도 함께 지적했다. 두 개의 오베론 랙을 등지고 배치하는 대안 설계 ‘NVL72x2’는 클라우드 업체와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특이한 폼팩터와 높은 운영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전면 백지화됐다. 차기 칩 루빈 울트라의 4다이 상위 버전도 취소돼, 실제 성능이 절반 수준인 2다이 버전만 남게 됐다. 여러 칩을 하나의 대형 시스템으로 묶는 핵심 인터커넥트 기술 ‘CPO-NVSwitch’는 차차기 세대인 ‘파인만’ 세대에나 도입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엔비디아는 루빈 울트라를 초대형 시스템으로 확장할 검증된 방법이 없는 상태다.
이 같은 공백은 AMD의 MI500X나 구글의 TPUv8i ‘브로드플라이’ 같은 경쟁 플랫폼에 시장 진입 여지를 넓혀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기존 폼팩터의 오베론-루빈 랙 판매를 늘려 부족분을 메울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게리 탄은 이번 지연이 곧바로 전체 AI 투자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엔비디아의 가장 야심찬 시스템 개발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는 신호일 뿐, 최근의 주가 약세는 대체로 차익 실현 성격이 크다는 진단이다. NH투자증권의 오션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향후 확장 계획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안 AI 플랫폼들이 경쟁할 여지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