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과점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가격 담합 의혹으로 미국에서 민사 소송에 피소됐다. 원고 측은 세 기업이 DRAM(동적 램)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붐으로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고성능 DRA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시기와 맞물린 소송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곳이 전 세계 공급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공급사가 소수인 과점 시장에서 가격이 유사하게 움직이면 담합 의혹이 제기되기 쉽다. 앞서 2018년에도 세 기업은 미국과 유럽에서 DRAM 가격 담합 관련 조사를 받았으며, 일부 국가에서 합의금을 지급한 전례가 있다. 이번 소송은 AI 칩에 탑재되는 고부가 메모리 수요 급등 구간에 가격 조율이 있었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삼는다.
세 기업 모두 공식적으로 담합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미국 내 법적 리스크가 더해지는 형국이다. 미국 반도체 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수령과 현지 공장 투자를 추진 중인 두 기업 모두 법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소송을 맞이하게 됐다. 소송 진행 여부와 손해배상 규모에 따라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점 메모리 시장에서의 가격 소송은 통상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원고 측이 가격 결정 과정의 조율 정황을 입증하기 위해 이메일·회의 기록 등 내부 문서 확보를 시도하는 단계가 선행되는 만큼, 단기간 결론이 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세 회사의 주가와 대외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은 소송 초기보다 실질 증거 제출 단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