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처음으로 드러난 공식 행보는 미국 텍사스주 셔먼에 위치한 광학 전문기업 코히어런트(Coherent)의 공장 증설 착공식 참석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16일 이 자리에 참석했다. 방한 일정을 마치고 영국 애버딘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착공식에 참석한 것으로, 황 CEO는 “코히어런트는 세계적 수준의 기업이며 이들이 하는 일은 우리의 미래, 인공지능의 미래, 그리고 미국의 재산업화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코히어런트는 전기·빛 신호를 상호 변환하는 광학 트랜시버(Optical Transceiver)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광트랜시버는 AI 데이터센터 내 서버 간 대규모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할 때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번에 증설하는 인화인듐(InP) 웨이퍼 공장에서는 광트랜시버에 들어가는 레이저 칩을 생산한다. 코히어런트는 전 세계 최초로 6인치 인화인듐 웨이퍼 기술을 도입한 기업으로, 기존 3~4인치 웨이퍼 대비 사용 가능 면적이 4배 늘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코히어런트에 2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AI 데이터센터용 실리콘 포토닉스(광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수년간 비독점 구매 계약과 함께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구매 약정을 체결한 상태다.

코히어런트가 엔비디아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광트랜시버가 차세대 AI 가속기의 핵심 병목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시스템 ‘베라 루빈 울트라(Vera Rubin Ultra)’는 576개의 GPU를 하나로 묶어 운영하는 초대규모 클러스터 구조를 갖는다. 이처럼 수십만 개의 프로세서를 연결하는 규모에서는 기존의 구리선(Copper Cable) 방식으로는 신호를 원하는 만큼 빠르게 전송할 수 없다. 짐 앤더슨 코히어런트 CEO는 착공식에서 “AI 시스템이 더 커지고 강력해질수록 연결성(Connectivity)은 연산(Compute)만큼 중요해졌다”며 “AI는 연산으로 구동되지만 연결성을 통해 확장된다”고 강조했다.
이 흐름이 갖는 산업적 함의는 AI 인프라의 병목이 반도체 연산 능력 자체에서 데이터 이동(Interconnect)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AI 투자의 관심은 GPU·HBM 등 연산·메모리 부품에 집중됐지만, AI 클러스터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옮기는 광트랜시버·광학 배선(Silicon Photonics) 기술이 새로운 핵심 경쟁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코히어런트에 2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착공식까지 황 CEO가 직접 참석한 것은, 이 병목 해소를 단순한 외주 부품 조달이 아닌 핵심 전략 자산 확보로 다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한국 기업들의 이해관계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방한 기간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정한 네이버와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DSX(데이터센터 솔루션) 플랫폼 기반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조 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의 실행 과정에서 광트랜시버를 포함한 AI 인프라 전 부품의 안정적 조달이 핵심 과제가 된다. 삼성전자·LG이노텍 등이 광트랜시버 관련 부품·소재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나, 코히어런트가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충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 공급망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엔비디아는 2030년까지 AI 인프라 분야에 연간 3조~4조 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광트랜시버를 포함한 AI 인프라 전 영역의 수요는 현재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