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프리카와의 협력 방식을 기존 건설·자원 위주에서 AI 기반 디지털 문화유산 복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조선대 제레미 에세뜨 교수는 11일 서울 고려대 CJ법학관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협력 국제세미나’에서 이른바 ‘테크노 문화 외교’를 새 협력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우수한 IT 기술을 보유한 중견국으로, AI 기반 문화유산 시스템 구축처럼 아프리카의 지식 역량을 키워주는 외교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세뜨 교수는 아프리카 문화유산의 98%가 유럽 등 역외에 흩어져 있고, 아프리카 소재 데이터센터도 전 세계의 2%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국 역사 데이터와 문화를 스스로 관리하려는 열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르완다 정부와 협력해 추진하는 ‘르완다 제노사이드 회복지원을 통한 지속 가능한 평화 구축사업'(2026~2030)을 꼽았다. 이 사업은 르완다 대학살 이후 열린 전통 마을 재판 ‘가차차(Gacaca)’ 기록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전환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키갈리 제노사이드 추모관 시설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AI 문화 외교 외에도 경제·개발협력 분야의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중국식 대규모 차관 모델과 차별화해 핵심 광물의 현지 제련 기술 지원과 기술 협력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엄성용 부행장은 오는 9월 열릴 제8차 경제협력 장관회의를 소개하며 “전통적인 인프라 지원에서 디지털 인프라, AI 시설, 공급망 회복 탄력성 등 고부가가치 미래 분야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KIEP·고려대 법학연구원 국제법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했으며, AI를 매개로 한 디지털 공적개발원조(ODA)가 한-아프리카 협력의 새 축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