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와 블랙스톤(Blackstone)이 360억 달러(약 54조원) 규모의 부채를 조달해 구글의 AI 전용 반도체인 TPU(텐서처리장치)를 매입하고 이를 앤트로픽(Anthropic)에 리스하는 딜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026년 5월 28일 보도했다. 딜이 완료되면 AI 칩 조달을 위한 부채 파이낸싱 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가 된다.
이번 거래는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TPU 등 AI 반도체를 일괄 매입한 뒤 앤트로픽에 리스료를 받는 구조다. 구글의 TPU 설계 파트너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Broadcom)이 조달 자금 중 상당 부분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내부 소식통들은 전했다. 앤트로픽이 아직 수익 기반을 온전히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 단계인 만큼 브로드컴의 신용이 수십조원대 차입의 열쇠 역할을 한 셈이다. 아폴로와 블랙스톤은 대출 채권 일부를 기관투자자에게 분할 매각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한편, 나머지는 직접 보유해 장기 수익원으로 삼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내부 소식통들은 보도 기준 다음 주 안에 딜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세부 조건은 협의 중이어서 변경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폴로, 블랙스톤, 앤트로픽 세 곳 모두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이 같은 ‘AI 칩 담보대출’ 방식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고가 AI 반도체를 담보 삼아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는 구조로,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 등이 이미 활용해온 방식이다. 다만 이번처럼 단일 딜 기준 360억 달러에 달하는 사례는 전례가 없다. 앤트로픽 입장에서는 자체 인프라를 확충하면서도 직접적인 자본 지출 부담을 피할 수 있어 재무 유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는 현재 9,650억 달러(약 1,440조원)로 경쟁사 오픈AI(OpenAI)를 앞질렀으며, 올해 2분기에는 첫 영업이익 흑자 달성과 함께 연 환산 매출 500억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이번 딜은 AI 인프라 경쟁이 단순한 모델 개발을 넘어 대형 금융 구조를 동원한 칩 확보 전쟁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공급망에 깊이 연루된 브로드컴이 AI 스타트업의 차입 지급보증까지 맡는 구조는 AI 칩 생태계 전반의 상호의존도를 높이는 동시에, 칩 가격 급락 등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브로드컴을 포함한 여러 관계자에게 연쇄 파급될 수 있다는 시스템 리스크 우려도 낳는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와 금융권도 이 같은 대규모 AI 칩 파이낸싱 구조의 확산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