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최고경영자 알렉스 카프가 CNBC 인터뷰에서 AI 업계를 강하게 비판한 발언이 계기가 돼, 세계 각지에서 확산 중인 ‘소버린 AI(sovereign AI)’ 흐름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카프는 인터뷰에서 AI 업계를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며,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사용량 기반 과금 구조로 미국 기업들에 사실상 ‘부유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화가 난 것 같다고 지적하자 그는 자신이 “미국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계 관측통들은 카프의 발언이 감정적 폭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국가와 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주권’ 논리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소버린 AI는 다섯 가지 축으로 설명된다. 시스템이 물리적으로 어디서 실행되는지를 뜻하는 영토적 측면, 누가 직접 운영·관리하는지를 뜻하는 운영적 측면, 스택과 지적재산권을 자체 보유하는지를 뜻하는 기술적 측면, 데이터 소재지가 아닌 벤더 소재지에 따라 법적 관할권이 결정되는 문제, 그리고 사용량 기반 과금 구조에 대한 종속성을 뜻하는 재정적 측면이다. 카프가 사용량 기반 과금 방식을 “완전히 잘못됐다”고 표현한 대목이 이 중 재정적 주권 논리와 직결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사례도 여럿 확인된다. 팔란티어와 엔비디아는 고객이 자체 인프라에서 운영할 수 있는 ‘소버린 AI OS’ 참조 아키텍처를 공개하고, 오픈 웨이트 모델 네모트론(Nemotron)을 에어갭 환경에 배포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이 발표 이후 팔란티어 주가는 9% 상승했다. 차량공유 기업 우버는 사용량 기반 AI 과금 방식 탓에 연간 AI 예산을 4개월 만에 소진한 사례로 거론됐다. 유럽연합은 디지털 주권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공식 주권 선언을 채택했으며,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은 미국 은행 없이 8억3천만 달러를 조달해 파리 인근에 자체 GPU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이 밖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휴메인(HUMAIN), 아랍에미리트의 G42, 인도, 캐나다 등도 비슷한 흐름에 동참하는 것으로 언급된다.
업계는 이런 움직임을 미국 소수 AI 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로 해석하며, 이를 AI 역량 확보 경쟁이 아니라 통제권을 둘러싼 ‘2차 물결’로 규정한다. 대형 AI 기업들의 클라우드 종속 모델에 대한 반발이 세계 곳곳에서 정책과 인프라 투자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쟁은 AI 산업의 비용 구조와 지정학이 맞물리는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