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가 유럽 AI 인프라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퓨리오사AI는 지난 8일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기업 에퀴닉스와 협력해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는 에퀴닉스 데이터센터에 자사 칩 레니게이드(RNGD) 기반 서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에퀴닉스는 전 세계 33개국에서 270여 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로, 이번 협력을 통해 퓨리오사AI는 유럽 고객이 실제 서버 환경에서 자사 칩을 검증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진출의 배경에는 유럽의 자체 AI 인프라 구축 움직임이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2,000억 유로(약 316조 원) 규모의 소버린(주권) AI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이 시장을 겨냥해 현지 고객이 레니게이드의 성능과 전력 효율, 사용 편의성을 직접 시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초 리스본에 세운 유럽 법인의 엔지니어들이 모델 구동부터 소프트웨어 적용, 시스템 구성까지 도입 전 과정의 기술 지원을 맡는다.
레니게이드는 퓨리오사AI가 독자 설계한 데이터센터 전용 AI 추론 가속기로,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에이전트 AI를 높은 전력 효율로 돌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 공랭식 데이터센터에서 별도의 냉각 인프라 투자 없이 바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도입 장벽을 낮추는 요소로 꼽힌다. 엔비디아 GPU가 사실상 독점하는 AI 추론 시장에서 전력 효율과 총소유비용을 무기로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인 셈이다.
퓨리오사AI는 이번 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레이즈(RAISE) 서밋 2026’에서 레니게이드와 최신 소프트웨어 스택을 선보인다. 레이즈 서밋은 구글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AWS), 엔비디아,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참여하는 AI 콘퍼런스다. 국내 팹리스가 자체 설계한 추론 칩을 유럽 상용 데이터센터에 실전 배치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리스본 구축이 유럽 시장에서의 레퍼런스 확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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