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약 두 달 만에 1조달러(약 1,500조원) 넘게 증발했다가 최근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그러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은 여전히 인공지능(AI) 붐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종가 196.93달러 기준으로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8배로, 2019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8일 보도했다. 이는 S&P 500 지수(약 20배)와 나스닥 100 지수(약 23배)보다도 낮은 수치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5월 14일 글로벌 AI 컴퓨팅 수요 증가와 미국의 대중국 칩 수출 승인 등에 힘입어 장중 사상 최고치인 235.47달러를 찍었고, 시총은 5조 7,285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반도체주 조정이 본격화한 지난달 26일 시총은 4조 6,630억달러로 쪼그라들며 한 달 반 만에 1조 655억달러가 사라졌다. 이후 소폭 반등해 7일 현재 시총은 4조 9,400억달러 수준으로, 장중 최고치 대비 16% 낮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 규모는 알파벳(4조 3,000억달러)과 애플(4조 3,000억달러)을 제치고 여전히 세계 1위다.
기업가치 하락이 실적 전망 악화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오히려 향후 분기 이익 전망치를 상향해 왔다. 엔비디아의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말 97%로 전년보다 높아졌다. 그럼에도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은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엔비디아 공급업체인 마이크론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급등에 힘입어 올해 229% 급등했고, AMD와 인텔 주가도 두세 배로 뛰었다. 여기에 알파벳·아마존 등 주요 고객사들이 자체 맞춤형 AI 칩 개발을 확대하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전망은 엇갈린다. 풀턴 브레이크필드 브로엔니만의 마이클 베일리 리서치 이사는 “시장의 관심이 옮겨갔다”며 “기대치가 낮았던 마이크론 같은 기업들이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헌팅턴은행의 랜디 헤어 리서치 이사는 탄탄한 매출 성장과 수익성을 근거로 “현재 주가는 저평가됐다”며 몇 달 안에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매출과 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930억달러, 2,280억달러로 전년 대비 90%, 82% 증가한 수준이다. 담당 애널리스트 82명 중 매도 의견은 1명뿐이며, 평균 목표주가는 302달러로 현재보다 50%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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